[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2010년 혈혈단신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 유망주로 주목받으면서도 팀을 옮기기만 수차례. 텃세와 외면 속에서도 기회만 엿본 끝에 최고의 무대에 올랐다. 생애 첫 세 자릿수 연봉(245만 달러·약 27억원)까지 확보했다. 최지만(30·탬파베이)은 “우승 반지 꼭 하나 얻어 오겠다”고 말했다.
▲연봉조정신청, 인정받은 기량=감개무량이다. 그동안 이방인으로서 텃세를 경험했고 LA에인절스, 뉴욕양키스, 밀워키 등 팀을 옮겨도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마이너리그에서 성과를 거둬도 빅리그에서는 제자리걸음. 플래툰에 갇혀 출전 기회도 보장받지 못했다. 미국 생활 11년 차가 된 지난해 탬파베이에서 꽃을 피웠다. 빅리그 최고 투수 게릿 콜의 천적이 되면서 관심을 받았다. 배트 던지기와 다리찢기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한국인 야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아 명예의 전당에 유니폼도 기증했다. 최지만은 “나중에 내 자식에게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첫 경험이었던 연봉조정신청에서도 주장을 관철했다. 메이저리그는 서비스 타임(구단이 정해준 연봉을 받는 기간) 3년을 채운 선수에게 연봉조종 신청 자격을 준다. 앞서 최지만은 탬파베이와의 협상에서 연봉 245만 달러를 요구했고 구단은 185만 달러(약 20억원)를 제시했다. 60만 달러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양측은 결국 연봉조정 절차를 밟았고 연봉조정위원회는 최지만의 손을 들어줬다.
최지만은 “미국에 처음 진출할 때 여기까지 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그냥 열심히 할 뿐이었다”며 “선수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까지 와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연봉이 오른 만큼 더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뭉치자 코리안리거!’=최지만은 배지환(22·피츠버그), 박효준(24·뉴욕 양키스) 등 마이너리거 후배가 조언을 구하는 존재다. 후배들과 나이 차도 크고 별다른 인연도 없었다. 같은 지구도 아니고, 전지훈련 장소도 거리가 멀어 만날 수도 없었다. 타지에서 함께 고생하는 야구선수로서 통한다는 게 공감대였다. 최지만은 “한국 선수들과 훈련하는 게 너무 그리워서 시간을 돌리면 미국 대신 KBO리그행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최지만이 먼저 손을 뻗었다. 옛 경험 때문이다. 최지만은 “처음부터 미국에서 지내다 보니 팀에 ‘선배’ 개념이 없다. 한국 선배들이 하는 진심 어린 조언을 얻기도 어려웠다”며 “미국에서 10년 이상 뛰어서 후배들에게 조언할 말이 있더라, 후배들과 대화하면서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처음 빅리그에 합류하는 김하성(26·샌디에이고)에게도 ‘빠른 공 잘 치는 법’을 전하기도 했다. 최지만에게 후배는 동생 그 이상이다.
▲월드시리즈 반지=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구체적인 지향점도 설정하지 않았다. 지난해와 달리 2021시즌은 팀당 162경기 정상 체제. 길고 긴 여정인 만큼 전 경기 출장만 바라본다. 속마음은 조금 다르다. 한 차례 밟아온 월드시리즈 무대다. 우승을 놓친 만큼 갈증은 더 커졌고, 상대가 앞에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오기까지 생겼다. 최지만은 “다시 그 문을 두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팀이 투자에 인색해 전력이 약화했다는 평가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지만은 “사실 우리 팀은 매년 그런 얘기가 나왔다. 그래도 좋은 성적을 냈고, 승수도 매년 올랐다”며 “유망주가 많기 때문에 선수들의 시너지로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달라지고 자신 있게 하는지를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만은 2021년 월드시리즈 정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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