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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강정호도, 국회의원도 한국프로야구의 ‘민폐’다

입력 : 2020-06-22 05:00:00 수정 : 2020-06-22 16: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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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권영준 기자] ‘음주운전 삼진 아웃’에도 KBO리그 복귀를 노리는 강정호. 그리고 느닷없이 ‘강정호 상벌위원회’건을 조사하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49) 의원. 모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힘겨운 사투를 펼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

 

KBO리그 복귀를 원하는 강정호는 오는 23일 서울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이던 2016년 12월 국내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냈고, 조사 과정에서 2009년, 2011년 2차례 음주운전 전력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도 방출되며 자리를 잡지 못한 강정호는 최근 KBO리그 복귀를 위해 개인 자격으로 임의탈퇴 해제 신청서를 KBO 측에 제출했고, 지난 5월25일 상벌위원회를 통해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지난 5일 미국에서 귀국해 2주의 자가격리 기간을 보낸 강정호는 19일을 기점으로 자가격리 기간이 마치며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기자회견 관련 내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고개 숙여 사과하며 자신의 과거 음주운전 전력을 뼈저리게 반성하겠다는 점, 그리고 연봉에 상관없이 마지막 선수 생활을 KBO리그에서 보내며 희생하겠다는 것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음주운전 당시에도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만 냈을 뿐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직접 나서서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던 강정호가 KBO 복귀의 길이 열린 현시점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의도 자체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만약 KBO리그에 복귀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한다면, 그래도 기자회견을 개최해 직접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했을지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복귀를 원하는 시점에서 실망감이 크다. KBO리그는 코로나19 사태로 개막을 연기하고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체감하고 있다. 구단은 관중 수입이 제로인 상황에서 안간힘을 써가며 버티고 있다. 그런데 이 민감한 시기에 복귀를 추진했다. 음주운전 사고를 냈을 때도, KBO리그 복귀를 원하는 지금 이 순간도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지울 수 없다.

 

더 아쉬운 것은 이러한 흐름을 타고 정치권에서 관심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의원은 최근 KBO 측에 강정호 상벌위원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임오경 의원은 한국 핸드볼의 ‘레전드’로 국회에 발을 내디딘 후 스포츠 윤리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벌써 학교체육과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2개나 냈다. 선수 출신 국회의원으로 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는 부분은 스포츠계가 반갑고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이번 강정호 건은 이러한 상황이 다르다. 임오경 의원 측이 KBO에 강정호 상벌위원회 자료를 요구한 이유는 징계의 무게 때문이며, 프로 선수에 적용하는 윤리 기준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상황과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강정호가 중징계를 받지 못한 이유는 헌법상의 ‘법률불소급의 원칙’때문이다. KBO는 프로 선수의 윤리 의식을 재고하고, 위험성을 재고하기 위해 2018년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이 개정안에는 음주운전 3회 적발 시 프로야구 무대에서 완전히 퇴출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강정호가 음주운전을 저지른 것은 규정 개정 전이다. 규정을 소급 적용할 수 없다. KBO 측이나 상벌위가 강정호의 편의를 위해 경징계를 내린 것이 아니라 법률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즉 이는 KBO 자체의 시스템이나 징계의 형평성 문제가 아니라 법률적인 문제이며, 법과 제도적 허점을 정확하게 파고든 강정호의 ‘도덕적 해이’ 사안이다.

 

KBO는 ‘클린 베이스볼’ 집중하며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프로·아마추어 통합 클린베이스볼 가이드북’을 출간하며 음주운전과 (성)폭력, 부정행위(불법 도박과 승부조작 등)의 위험성에 대해 엘리트 학생 선수부터 프로선수까지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회의원이라면 스포츠계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쫓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으로 수정 보완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 현재 프로야구와 축구 등 스포츠계가 현실적으로 직면한 어려움은 바로 코로나19 후유증이다. 당장 관중 수입이 바닥을 찍었고, 모기업마저 흔들리며 재정적인 위기 상황이다. 이 가운데 상당한 구장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도 고민이다. 이런 부분이 ‘체육진흥법’에 해당한다. 이런 부분에서 그 어떤 국회의원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스포츠와 정치는 철저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한다. 과거 정치에 스포츠를 악의적으로 활용했던 태생적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법’과는 분리할 수 없다. 프로스포츠 발전에 법률적인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고 발전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 바로 국회의원, 그것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이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이러한 국회의원들이 프로스포츠를 돕는 것보다 이슈화하려는 모습만 보이는 흐름이다. 스포츠팬들이 정치인의 개입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어려운 시기에 있다. 무엇이 프로야구를 위한 길인지 다시 한 번 스스로 고민하길 기대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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