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김연경(32)과 흥국생명이 서로의 미래를 위해 뜻을 모았다.
올겨울 김연경이 온다. 그는 일본, 중국, 터키리그를 거치며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지난달 15일 국제이적동의서(ITC) 기한이 만료돼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됐다. 새 행선지를 물색하다 V리그를 선택했다. 지난 6일 흥국생명과 계약에 합의했다. 2008~2009시즌 이후 약 11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다.
계약 과정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은 연봉이었다. 김연경은 망설임 없이 양보를 택했다. 연봉 3억5000만 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 그의 결정은 현재 흥국생명 후배들뿐 아니라 미래의 씨앗들까지 생각한 배려였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는 “선수와 만나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연봉 이야기는 금방 끝났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연경 선수가 처음부터 연봉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왔다. 본인 때문에 다른 후배들이 피해 보는 상황은 절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못 박았다”며 “구단의 기존 청사진대로 모든 선수가 원하는 연봉을 받는다는 가정하에,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금액만 주시면 될 것 같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까지 터키에서 활약한 김연경의 연봉은 약 22억 원으로 알려졌다. V리그 여자부의 새 시즌 샐러리캡은 총 23억 원이다. 연봉 18억 원에 옵션캡 5억 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기본적으로 연봉 감액이 불가피했다.
더욱이 흥국생명은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었다. 비시즌 FA 시장에서 거액을 지출했다. 집토끼인 레프트 이재영을 잔류시키는 데 6억 원(연봉 4억+옵션 2억), 현대건설 세터 이다영을 영입하는 데 4억 원(연봉 3억+옵션 1억)을 썼다. 김연경이 규정상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옵션 포함 6억5000만원이었다. 이 경우 잔여 6억5000만원으로 나머지 선수들의 계약을 해결해야 해 다른 선수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기존 계획에 없던 선수단 정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었다.
신인선수 선발에도 예기치 못한 걸림돌이 될 만 했다. 여자부 신인선수의 최저 연봉은 3000만원이다. 지난 시즌까지는 신인의 연봉이 샐러리캡에 포함되지 않았다. 새 시즌 포함 여부는 6월 중 개최 예정인 KOVO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신인의 연봉까지 추가로 얹어지면 흥국생명의 선택지는 더 좁아져야 했다.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어 정해진 라운드 안에 원하는 선수를 뽑지 못하고, 수련선수만 선발할 확률도 있었다. 수련선수의 연봉은 합산되지 않기 때문.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선택으로 모든 최악의 수를 피했다.
김연경에게도 국내 복귀는 자신의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터키 엑자시바시와 계약 종료 후 유럽, 중국 등 다른 해외 무대를 돌아봤지만 마땅치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려 각국 리그에 변수가 많다.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든 V리그만이 계산기를 두드릴 수 있었다.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도 고려해야 했다. 올해 초 올림픽 아시아예선전에서 복근 파열 부상이 생겨 마음 편히, 체계적으로 몸 관리를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국내에 머물면 대표팀 합류 시 이동 동선도 간결하다. 흥국생명 내 국가대표 주전 세터 이다영과 레프트 이재영이 있어 합을 맞추는 데도 훨씬 유리하다.
흥국생명도 김연경을 비롯해 팀, 리그 전체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자 한다. 관계자는 “우선 오랜 해외 생활에 지친 선수와 1년 정도 남은 올림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더불어 V리그가 발전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선수단 계약 과정을 진행한다. 김연경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고 팬들에게 직접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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