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왜 그런 건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한 달 전 KT가 연승을 달릴 때에도 이강철 감독이 풀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홈구장과 원정 경기장에서의 성적 차이였다. 코칭스태프, 선수단과 같이 고민을 해봐도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잠실은 ‘악몽’과도 같았다. 올 시즌 상대전적을 살펴보면 지난 15일 기준 KT가 두산에 5승4패로 우위를 점했다. 그런데 KT가 거둔 다섯 번의 승리는 모두 홈구장인 KT위즈파크에서였다. LG를 상대로도 잠실에서 다섯 번을 맞붙어 모두 패했다. 다시 말해 안방에서는 ‘극강의 마법사’였고, 잠실로만 가면 마술 책을 잃어버린 마술사였다.
공교롭게도 KT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 상대는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이었다. 최하위권에서 시즌을 시작해 이제 막 5강 경쟁에 막 돌입한 시점이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해결책을 찾거나 징크스를 깨야 가속을 붙일 수 있었다. 잠실 징크스를 깨야 하는 중요한 때에 팀 사정마저 좋지 않았다. 강백호가 손바닥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다. 황재균이 오른손 중지 미세 골절, 박경수가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주전 포수 장성우마저 편도염으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차포만 빠진 게 아니라 마와 상까지 모두 잃고 적진으로 향했다.
마침내 징크스를 깼다. 16일 잠실 두산전을 승리로 거뒀고, 이튿날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열 번째 도전 만에 ‘잠실의 벽’을 허물었다. 부진했던 윤석민이 2안타(1홈런) 2타점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오태곤은 5안타 3타점을 쓸어 담으며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올 시즌 위기가 닥칠 때마다 KT를 구해낸 ‘새로운 난세영웅’이 또 팀을 건져 올렸다. KT가 올 시즌 승승장구할 수 있던 비결이 중요한 일전에 다시 발휘된 셈이다. 마운드는 각자 맡은 위치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 이 감독은 특유의 마운드 운용으로 유리한 흐름을 두산에 넘겨주지 않았다.
이 감독은 5강에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직 이르다”고 대답해왔다. 수장으로서 괜한 설레발을 떨고 기대를 품었다가 선수들이 떠안을 실망감을 걱정해서다. ‘가을 야구’란 목표를 설정하고도 맘 편히 웃지 못했다. 연승 행진을 달리면서는 기쁜 마음을 애써 감췄다. 그러나 변화는 현실이 됐다. 매년 이맘때쯤 탈꼴찌를 겨냥하던 KT가 5할 승률을 조준하고 있다. 타 구단 선수들도 “KT가 진짜 무섭다”라고 말하고 있다. 징크스마저 깨부순 막내가 유쾌하게 진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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