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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플레이를 넘어 문화예술로 스며들다

입력 : 2019-07-16 03:00:00 수정 : 2019-07-15 14: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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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아티스트와 콜라보 ‘활발’
넥슨·라이엇게임즈 등 작품 전시
게임 플레이어들 경험 확장 넘어
대중들과 친밀감 구성… 큰 호응

[김수길 기자] 15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 파크’(LoL PARK). 높게는 2m에 달하는 대형 스태츄(statue, 실물을 사실감 있게 제조·조각한 모형물) 5종이 눈에 들어왔다. 랩퍼 티모와 스케이트보더 리 신, 그라피티 아티스트 징크스, 정비사 문도, 운동선수 알리스타 등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등장하는 챔피언(캐릭터)을 형상화 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이자 ‘롤 파크’ 운영 주체인 라이엇 게임즈는 이 조형물에 대해 “아트 토이(Art Toy)라는 팝아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캐릭터와 영상, 사운드 같은 게임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눈·귀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이른바 문화·예술의 범주에 스며들고 있다.

 

게임 IP(지식재산권)와 게임 본연의 재미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기 위해 현직의 개발진은 물론이고,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들과 함께 게임을 재해석하는 콜라보 작업이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일부 아이들의 놀이’라고 치부하던 과거 제도권의 시선을 떨쳐내고 산업의 품격을 제고한다는 공통의 목표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게임 업계는 대중들이 게임을 문화 예술의 한 갈래로 인식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왔다.

 

업계 맏형인 넥슨은 모회사인 엔엑스씨(NXC) 그리고 넥슨재단과 더불어, 게임을 문화·예술 영역에 안착시키기 위한 기회를 수시로 꾸리고 있다. 지난 2012년 1월 게임 업계 최초로 서울 신사동 갤러리 ‘313 아트 프로젝트’에서 온라인 게임과 예술의 교감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시 ‘보더리스’(BORDERLESS: 경계가 없는)를 개최했다. 이은석 현 넥슨 왓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를 포함해 김호용, 한아름, 이진훈, 김범, 이근우 등 넥슨의 게임 아티스트 6인이 참여했다. ‘마비노기’ 시리즈를 모티브로 게임과 예술, 가상과 현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넥슨은 ‘보더리스’ 기획 이후 7년만에 다시 규모와 격식을 갖춰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라는 전시회를 오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이어간다. 앞서 25년간 게임 사업을 이끌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박물관 운영 경험, AI·빅데이터 같은 신개념 기술을 접목해 온라인 게임을 새롭게 해석한 결과를 내놓는다. 넥슨 측은 “온라인 게임의 역사와 게임 산업의 과거·현재·미래를 여러 방식으로 체험 가능한 작품이 출품된다”며 “게임 속 기술과 콘텐츠를 예술적인 문맥으로 시각화 한다”고 소개했다.

 

미국계 기업인 라이엇 게임즈의 경우 게임이 한국 문화에 녹아내릴 수 있도록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2015년 말 ‘리그 오브 레전드’ 콘텐츠를 한국화로 표현한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展(전)’을 서울 종로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진행했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라오미, 신미경, 신영훈, 유갑규, 이동연, 임태규 작가가 동참해 ‘리그 오브 레전드’ 내 배경과 챔피언 등을 재해석한 20여종의 작품을 공개했다. 이 중에서 ‘일월장생도’(라오미)와 ‘호접지몽 미인도’(이동연), ‘맹동’(孟冬, 임태규), ‘아무무와 용’(신미경), ‘일아일체(一我二體) 페이커-제드’(신영훈), ‘빙폭-해를 쏘다’(유갑규) 등 6점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한국 미술의 만남을 성사한 색다른 문화적 시도였고, 2주 동안 8000여명이 들러 한국 미술계에서 이례적인 기록도 세웠다. 작품의 특별 페이지 조회수도 80만에 달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8년 9월 17일 ‘롤 파크’를 개장한 뒤로는 게임과 예술의 만남을 내부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팬 미팅 공간은 유명 라이브 드로잉 작가 김정기 화백의 그림 ‘March Together for Tomorrow’를 배경으로 잡았고, 올해 1월 16일에는 ‘페이커’ 이상혁 등 e스포츠를 빛낸 전설적인 선수 16인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터인 김민석 작가(필명 광작가)의 작품으로 재구성한 ‘LCK 레전드 홀’을 조성했다.

 

때론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의 문화예술화를 주도하기도 한다. 넥슨콘텐츠축제(Nexon Contents Festival)의 줄임말인 네코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넥슨이 제작·배급하는 게임 내 캐릭터·음악·스토리를 차용해 액세서리·피규어·그림·인형 같은 자체 창작물을 만들어 시중에 알리는 게 골자다. 넥슨은 이런 활동의 순기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유저 아티스트’라는 명찰도 달아줬다. 2015년 말부터 지금까지 7회나 열렸다. 올해는 블리자드와 공동으로 주최했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고차원적인 개념으로 게임 콘텐츠를 역설(力說)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바로 팝아트의 일종인 아트 토이다. 장난감을 소재로 크고 작은 조형물을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이 연장선에서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 토이 그룹인 핸즈 인 팩토리에 피규어 5종을 의뢰했다. 이재헌, 박태준, 하종훈 작가 3인이 소속된 핸즈 인 팩토리는 2008년 결성 후 토이를 매개체로 아트웍이나 제품 제작, 디자인 브랜딩을 하고 있다. 국내·외 전시와 토이쇼에서 나이키, 리복, 레드불, 스타 워즈: 로그 원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와 손잡은 이력이 있다.

 

라이엇 게임즈와 핸즈 인 팩토리가 기획한 아트 토이는 단순히 피규어 몇 개를 뚝딱 생산하는 게 아니라, 재해석하는 창작의 과정을 거쳤다. 게임 안의 챔피언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롤 파크’를 방문한다는 설정이었다. 핸즈 인 팩토리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멋진 작품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욕심이 많이 나는 프로젝트였다”며 “지금 챔피언들이 지니고 있는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 주류 문화로 인식되는 느낌을 입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게임과 예술이 만나면서 대중들의 접근성과 친밀감도 배가 될 수 있다. 2016년 블리자드가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발매 13주년을 맞아 준비했던  ‘아트 오브 워크래프트’ 전시회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팬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블리자드는 미국 본사에서 보물로 꼽히는 그롬마쉬 스태츄와 원화 수 십 종을 공수해왔고 벽 한켠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명장면을 홀로그램으로 연출한 일러스트를 방영하면서 호기심과 소장 욕구를 동시에 자극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마니아인 최현석 쉐프도 이곳을 찾았다.

 

서울 시내 중심에 있는 ‘롤 파크’를 보더라도 게임과 예술의 합작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인근 직장인들과 나들이객들이 ‘우연히’ 방문했다가 급관심을 보이는 사례가 잦다. 라이엇 게임즈 측은 “기본적으로는 게임 플레이어들의 즐거움과 경험 확장을 위한 것이지만, 게임이나 e스포츠에 친숙치 않은 분들께도 부가적인 재미를 준다는 목적도 있다”며 “각각의 아트 프로젝트들이 굉장히 큰 호응을 얻었고, 어떤 면에서는 좋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IP의 힘을 반증하는 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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