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프로야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모든 질문의 정답은 야구팬이다. 야구계 불문율, 그리고 감독이나 선수의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팬이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김기태 KIA 감독의 투수 대타 기용, 한용덕 한화 감독의 9회말 2사 후 마무리 투수 교체 모두 각자의 생각이 있었겠지만, 이것을 두고 팬이 즐거워했느냐에 대한 생각은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김기태 KIA 감독은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치른 한화와의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홈 경기에서 9회말 ‘투수 대타’를 기용했다. 7-13으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상대 한용덕 한화 감독이 2사 후 마무리 투수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리자, 타자 황대인 대신 투수 문경찬을 대타로 타석에 세웠다. 김기태 감독은 이와 관련한 멘트를 하지 않았고, 한용덕 감독은 “정우람은 실전 등판 기회가 없어 점검 차 등판시켰다”고 설명했다. 정우람은 개막 2연전에서 등판하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감독의 자존심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했을 터이다. 크게 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불문율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한용덕 감독 입장에서도 필요한 부분이었다. 개막전에 패했지만, 이날 승리까지 2연승으로 시즌 초반 분위기를 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승리를 사실상 결정지었기 때문에 투수진 운용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충분히 투수 교체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생각의 차이다. 김기태 감독은 패배한 팀에 대한 존중과 자존심을, 한용덕 감독은 투수진 운용을 먼저 생각했다. 사령탑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 다만 근본적으로 이 모두가 팬을 위한 일이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날 경기 직후 팬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물론 긍정적이지 않았다. 실제 7년 전 당시 LG 감독이었던 김기태 감독은 9회말 상대팀 투수 교체에 투수 대타를 기용한 바가 있다. 당시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벌금 500만원과 함께 경고 처분을 내렸다. 명목은 규약 제168조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소홀히 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스포츠정신을 훼손시켰다’였다. KBO 측은 27일 스포츠월드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징계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수기용과 관련해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팬들은 스포츠를 통해 꿈과 희망을 품는다. 스포츠를 통해 탄생한 ‘꿈은 이뤄진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들이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도 한다. 도박, 승부조작, 음주운전, 약물 복용 등에 관대하지 않은 이유도 꿈과 희망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잘잘못을 가리기엔 어렵다. 각자 입장이 있고, 생각에 따라 충분히 행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팬’은 그 누구도 즐거워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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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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