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영종도(인천공항) 김진엽 기자] 벤투호가 등 돌린 여론을 바꿀 방법은 단 하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1위로 통과하는 것이다.
지난 28일, 인천국제공항 1층 입국장은 시끌벅적했다. 여행객으로 인한 붐빔이 아닌, 파울로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기다리는 축구팬 무리 때문이었다.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말 59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외치며 2019 아시안컵이 열리는 카타르로 떠났다. 당당히 우승을 목표 삼았지만, 결과는 8강 탈락. ’복병‘ 카타르에 0-1 충격 패를 당해 예상보다 이른 귀국을 하게 됐다.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성적 때문에 온라인에선 비난 여론이 주를 이뤘다. 기성용(30·뉴캐슬 유나이티드)과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 등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은퇴 소식도 부정적인 반응에 한몫했다. 미디어 역시 벤투호에 대한 물음표를 던졌고, 자연스레 우울한 귀국 현장이 예상됐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표팀을 기다린 건 손가락질이 아닌, 따뜻한 박수와 격려였다. 과거 메이저 대회 참패 이후 엿과 달걀이 날아들던 풍경과는 정반대였다. 입국이 예상보다 1시간여 늦어졌지만, ’우리 선수‘ 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렸던 팬들에게 그런 건 중요치 않은 듯했다. 게이트가 열리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벤투 감독과 선수들은 아시안컵 실패 때문에 어두운 표정으로 나타났지만, 자신들을 보기 위해 공항까지 온 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팬들이 요청한 사인 및 사진에 응하며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적극적인 팬서비스도 좋지만, 벤투호가 이런 팬들을 진정으로 만족시키고 등 돌린 여론도 바꾸려면 결국 양질의 축구를 보여줘야 한다. 다행히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1위 통과라는 당장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있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오는 9월부터 40개 팀이 5개 팀씩 8개 조로 나뉘어 경기를 펼치는 지역 2차 예선을 치른다. 각 조 선두는 최종예선으로 직행하고, 조 2위 가운데 상위 4개 팀이 최종예선에 오른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구긴 자존심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다.
벤투 감독도 비슷한 생각인 듯했다. 귀국 직후 취재진을 만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당장 목표는 월드컵 지역 예선을 잘 치르는 것”이라며 “성적이 기대 이하면 감독을 향한 비난이 있을 수 있다. 흔들리지 않고 (팀을)잘 이끌겠다”라며 향후 대회에서의 호성적을 약속했다.
아시안컵 실패라는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당장 지금을 회피하기 위한 그럴듯한 말만 해서도 안 된다. 벤투호는 이제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진짜 실력과 결과로 여론을 되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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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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