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손흥민(27·토트넘)은 축구 경기를 하는 기계가 아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이 최근 10개월을 기준으로 참가한 국제대회는 총 3개이다. 전 세계 축구계를 통틀어봐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 누구도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는 월드컵 대회에 금메달이 달린 아시안게임, 그리고 아시아 최대 대회인 아시안컵까지 연속으로 출전했다.
그냥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 아니다. 전 대회, 전 경기 풀타임에 가깝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대표팀 에이스, 주장이라는 쉽게 이겨낼 수 없는 무거운 부담을 짊어지고 뛰었다. 그때마다 “괜찮다. 한국을 대표해서 경기에 뛰는 선수라면 누구나 이겨내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소속팀에서 90분 동안 미친 듯이 뛰었어도, 대표팀을 위해 휴식 없이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러나 결국 손흥민에게 돌아온 것은 ‘역시 거품이었다’ ‘박지성에 발끝도 따라기지 못한다’는 비아냥과 ‘전력을 다해 뛰지 않았다’는 비난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25일 카타르와의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8강전을 기준으로 한 달간 총 10경기에 출전했다. 3일에 1경기에 출전한 셈이다. 특히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소속팀 경기에서 풀타임 활약한 손흥민은 경기 직후 비행기에 올라 당일 UAE에 입성했다. 그리고 다음 날 대표팀 훈련에 참석한 뒤, 16일 중국전에 출전했다. 그리고 88분을 뛰었다.
모두가 만류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급격한 기후 변화에 몸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취재진과 식사 자리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한데, 당연히 손흥민이 뛰어야지”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벤투 감독은 2-0으로 앞서며 여유가 있는 시점에서도 후반 43분이 돼서야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손흥민은 22일 바레인전에서 연장까지 풀타임을 뛰었다.
손흥민은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어디에서도 설렁설렁 뛴 모습을 볼 수 없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한 선수를 두고, 평소에 진지한 모습으로 대표팀 경기에 임했던 그를 두고 ‘뛰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여기에 병역 혜택을 받았다고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손흥민은 토트넘에 전념하는 것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것은 물론 미래를 밝히는 길이다. 대표팀에 헌신한다고 해서 주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세계 축구 시장의 영입 타깃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소속팀 눈치를 봐야 한다.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인센티브도 받지 못한다. 이는 누가 보상할까.
손흥민은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뛰지 않은 것이 아니라, 뛰지 못했다.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이다. 이런 손흥민을 두고 무차별적인 비난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만약 손흥민이 당장 대표팀을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면, 어떤 명분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손흥민은 축구 경기를 하는 기계가 아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스포츠월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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