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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日 한류, 결국 ‘욘사마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입력 : 2018-12-09 15:51:10 수정 : 2018-12-09 15: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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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서치마케팅회사 AMF에서 발표하는 ‘여중고생 유행어대상’ 2018년 결과가 지난 30일 공개됐다. 실제 여중고생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직접 꾸려 일본 10대 트렌드에 접근하는 리서치다. 지난해 사람 부문에서 걸그룹 트와이스가, 물건 부문에서 치즈닭갈비가 각각 1위로 선정돼 한국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올해 결과에서도 한류는 살아있었다. 올해는 물건 부문 3위로 한국식 치즈핫도그, 4위로 M.net ‘프로듀스 48’이 선정됐다. 앱 부문 2위론 NHN재팬의 라인 전용게임 다마고치가 꼽혔다. 그런데 정작 주목해야 할 상품은 따로 있다. 물건 부문 2위 핑크 핑크 몬스터다. 일본 여중고생들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스티커사진기기다. 그런데 이 기기엔 희한한 부분이 있다. 일본서 제작된 기기임에도 촬영 관련 설명을 뜬금없이 한국어로 설정해놓은 점이다. 그게 주 고객층인 일본 여중고생들에 잘 먹히는 ‘힙’한 트렌드란 판단에서다.

 

일본 한류는 이제 여기까지 왔다. 아무리 징용공 판결 문제로 정치외교적 관계가 껄끄러워져도, 그를 의식해 민영방송사에서 K팝 그룹 멤버 티셔츠까지 거론하며 출연을 거부시켜도, 한류 주 고객층 1020 여성층은 딱히 흔들리지도 않고 오히려 더 열렬해지고 있다는 것. 이를 방증하듯 올해 AMF 측에서 함께 내놓은 ‘2019년 여중고생 트렌드 예측’에서도 사람 부문에 한일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이, 앱 부문에 K팝 그룹 영상을 주로 송출하는 V라이브가 올라있다. 그만큼 한류는 일본 1020 여성층 내 ‘뿌리’가 단단하단 것이다.

 

사실 한국서 늘 궁금해 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처럼 충성도 높은 젊은 여성층 한류사랑은 대체 어떻게 다져진 것이냐는 점이다.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기반’을 얘기하자면, 역시 ‘욘사마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부분은 ‘겨울연가’ 대히트 후 각종 한류콘텐츠가 일본 중장년 여성층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을 지켜보던 당시 일본미디어 분석은 일목요연했다. 일종의 ‘세대문화’란 것이다. 일본서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돼있던 중장년 여성층이 ‘자신들만의 문화’를 해외콘텐츠에서 찾아 소비하는 흐름이란 것. 그리곤 곧 유의미한 분석을 끝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다. 어느 나라건 주류 문화트렌드는 결국 젊은 층이 주도하는 것이니 한류는 아무리 해봤자 마이너 특수시장에나 머물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상황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한류 아줌마들’ 자녀는 곧 미래 주류 문화소비층이었기 때문이다. 한류콘텐츠에 빠져있는 엄마를 보고 자란 그 자녀들, 특히 엄마와 유대관계 깊은 미성년 딸들은 각종 한국문화에 아무런 거부감 없는, 오히려 훨씬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세대로 성장했다. 실제로 1020 여성 한류팬들의 갖가지 ‘입덕계기’ 중 빠지지 않는 게 ‘한국드라마를 즐겨 보던 어머니 영향’이다. 그런 친숙함이 곧 관심과 애착으로 옮아가 K팝으로, 뷰티 및 패션상품으로, 먹거리로, 심지어 스마트폰 앱으로까지 번져나갔단 순서다. 새삼 ‘겨울연가’와 배용준 공로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어찌됐건 이 같은 ‘욘사마가 쏘아올린 작은 공’ 논리는 기존 ‘타깃문화상품’ 개념에 또 다른 관점을 전해준다. 각종 타깃층들은 사실 서로 엄격히 분리된 게 아니란 것이다. 어린이용 콘텐츠는 그 부모 입맛에 따라 골라진다. 반대로 부모세대 콘텐츠는 자식세대에 영향을 준다. 1020 여성층 문화는 그들과 같은 대화거리를 찾는 1020 남성층에도 결국 영향을 미친다. 이제 저 ‘여중고생 유행어대상’ 영향을 한번 지켜볼 때다. 절대 간과할 만한 지표가 아닐 듯하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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