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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7-13 07:00:00, 수정 2018-07-13 08:28:45

누가 '정 실장'을 죽였나…한해 10∼20명 수사 중 극단선택

[스토리세계-누가 정실장을 죽였나①] 수사기관과 언론 고민 필요
  • 유투버 양예원씨의 노출 사진 유출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스튜디오 실장 정모(42)씨가 북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지금까지 줄곧 양씨 사건의 핵심에 있으면서 언론의 질타와 수사기관의 수사에 지칠대로 지친 그는 ‘억울하다’는 유서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우리 헌법은 피의자들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 수사를 받는 피의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돼 삶이 송두리채 노출되는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한해 10∼20명에 달하는 피의자들이 정당한 법의 심판을 앞에 둔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실태를 살펴봤다.

    9일 119구조대원과 경찰이 북한강 미사대교에서 뛰어내린 스튜디어 실장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정 실장이 남긴 단 한 마디 “모델들의 거짓말에 의존”

    정 실장이 남긴 유서에는 “모델들의 거짓말에 의존한 수사다. 추행은 절대 하지 않았다. 내가 하지 않은 일들이 사실이 되고 언론 보도도 왜곡, 과장돼 힘들다. 죽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명 유튜버인 양씨는 3년 전 피팅 모델 촬영장에서 정씨로부터 협박을 받아 신체 일부가 드러나는 노출 옷을 입은 것은 물론 해당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됐다고 폭로해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어 촬영이 시작된 후 정씨가 자물쇠로 문을 걸어 잠궜으며, 카메라를 든 남성들의 지시에 따라 수치스러운 사진을 찍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다. 뿐만 아니라 양씨의 폭로에 이어 지소원, 미성년자 유예림 등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 정씨를 향한 강도 높은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정씨가 3년 전 양예원과 나눈 SNS 대화를 복원하면서 사건은 또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양씨는 2015년 7월부터 9월 말까지 실장과 사진 촬영 일정을 세세하게 얘기했다. 또한 양씨는 첫 촬영 후 실장과 일정을 조율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돌연 마음을 바꾸기도 했다.

    양씨는 “죄송합니다 저 그냥 안할게요. 사실은 정말 돈 때문에 한건데 그냥 돈 좀없으면 어때요”라며 “안할게요 갑자기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서약서는 잘 챙겨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씨는 양예원에게 통화를 시도했고, 이후 양씨는 촬영에 임한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두 사람의 진실게임으로 여론은 돌아섰지만, 경찰은 정씨를 피의자로 입건한 후 핵심 피의자로 보고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했다.

    정씨는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의하에 찍은 것이고 터치도 전혀 없었다”며 “자물쇠로 문을 잠근 적도 없다. (당시) 사진이 유포된 게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5월 유튜버 양예원이 '합정동 스튜디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
    ◆조민기부터 유력 정치인, 기업인까지 꼬리무는 극단 선택

    경찰은 12일 한강 암사대교 부근에서 정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와는 별개로 정씨에 대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앞서 자신이 부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청주대에서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배우 조민기씨가 경찰 수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또 정·재계 인사들도 다수가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사건이다. 성 전 회장은 자신이 검찰 수사 타깃이 된 것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자신이 정치자금을 준 여권 인사들의 명단이 적힌 ‘성완종 리스트’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7월에는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철피아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도중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임 후인 2009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피의 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등 ‘망신주기’ 수사를 벌인 게 노 대통령이 자살을 선택하게 한 원인이라는 비난이 컸다.

    유튜버 양예원씨와 배우 지망생 이소윤씨씨에게 노출 사진을 강요하고 성추행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모씨. 뉴스1
    ◆수사 중 자살 6년간 79명...일본은 징후에도 적극 대응

    국가인권위원회의 검찰 관련 인권침해 진정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을 보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피의자는 6년간 총 79명에 달한다. 2010년 8명, 2011년 14명, 2012년 10명, 2013년 11명, 2014년 21명, 2015년(상반기) 15명이다. 2010년 이후로는 매년 10명 이상이 자살한 셈이다.

    일본은 피의자에게 자살 징후가 보이면 적극 대처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피의자나 참고인이 자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그를 긴급체포한 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처리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 집으로 돌려보낼 때에도 검찰 직원이 집까지 동행해 가족들에게 심리 상태를 알려주며 보호를 권유하고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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