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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7-12 19:00:59, 수정 2018-07-12 23:40:30

北 ‘노쇼’로 美에 불만 표시… 비핵화 협상 험로 ‘예고편’

미군유해 송환 협의 불발/北, 美의 보상 노린 시간끌기 관측/美 디테일 다룰 워킹그룹 구성 불구/대북 협상력 의구심만 더욱 커져
  • 12일 북·미 판문점 유해 송환 실무협상이 북측의 불참으로 무산된 것은 북한이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보상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내기 위한 압박전술로 보인다. 비핵화 의제와 무관한 유해 송환 논의조차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상황은 향후 비핵화 협상의 험로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판문점에서 논의될 예정이던 유해 송환은 미국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로 꼽아온 사안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회담 당일 트위터에 “북·미 정상 간 합의사항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점은 6·25전쟁 당시 포로와 실종자들의 유해를 수습하고 신원이 확인된 숨진 영웅들의 유해를 즉시 송환하기로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현지시간) 북한 방문을 마치고 떠나기 위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평양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회담 일주일 뒤인 6월 20일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이미 오늘 200구의 미군 유해가 송환됐다(have been sent back)”고까지 떠벌렸다. 심지어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6∼7일 3차 방북의 구체적 성과로 유해 송환 실무협상을 내밀었다가 국내외에서 ‘빈손 귀국’으로 뭇매를 맞았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불참 소식은 미국으로선 굴욕일 수 있다. 대신 북한은 정상회담 이전 모습대로 되돌아간 듯하다.

    유해 송환이 이미 다 이뤄진 것인 양 과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약속 이행을 늦출 대로 늦추는 북한의 태도에 미국의 대북 협상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 같다.

    북한은 유해 송환 협상에 기다리다 지친 미측에 15일 장성급회담을 슬쩍 제의했다. 미국이 속수무책으로 북한에 휘둘리는 형국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7일 평양에서 북한의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미사일 엔진 실험장 파괴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도 열기로 했다지만 구체적 일정이 잡혔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미사일 엔진 실험장 파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으로 돌아가자마자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던 사안이다. 외교 소식통은 “유해 송환과 마찬가지로 엔진 실험장 파괴 역시 별도 실무협상을 개최할 필요없이 북한이 바로 행동으로 옮기면 되는 일”이라며 “북한이 미국에 ‘선물’로 줄 수 있는 카드를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시간을 끌며 풀겠다는 것이고 자신들도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선물’을 받아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협상 불참을 보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조치 이행 속도와 방향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백악관은 폼페이오의 3차 방북을 통해 북·미가 비핵화 검증 등 구체적 디테일을 논의할 워킹그룹(실무그룹)을 구성했다고도 발표했지만 이 실무협의가 언제 열릴지는 예측불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FP)에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모든 협상이 전부 보여주기 식의 ‘쇼’이며, 북한에 대한 현실감각이 없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미사일 엔진 실험장 파괴와 유해 송환을 예로 들면서 “북한과의 협상은 매우 길고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정책 성과로 자랑하는 것은 대통령 자신을 스스로 난처하게 만드는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그가 지명한 사람(폼페이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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