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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기내식 파동 여파… 박삼구 아웃?

입력 : 2018-07-08 14:38:05 수정 : 2018-07-08 14: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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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직원들, 회장 비롯한 경영진 퇴진 운동 펼쳐
[전경우 기자]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파동이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퇴진 운동으로 귀결되고 있다.

사태 초기 기내식 미제공과 기대에 못 미치는 TCV(고객우대증서) 지급, 기내식 탑재 문제로 인한 지연 등에 항의하던 탑승객들은 박 회장의 기자회견 이후 그룹 총수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일부 탑승객과 소액주주들은 박 회장을 겨냥해 집단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지난 6일과 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박삼구 회장 사퇴와 경영진 퇴진을 외쳤다. 이 자리에는 경쟁사 대한항공 직원들과 여러 항공 업계 종사자들이 함께했다. 집회에는 아시아나의 ‘갑질’에 시달려온 항공 관련 업계 관계자와 시민단체, 취재진이 대거 몰렸다. 꿈쩍도 하지 않던 국토부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행정조치 검토에 나섰다. 모두 박 회장이 직접 참석한 기자회견 이후 벌어진 일이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4일 광화문 사옥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발생한 사안에 대해 해명했다. 사태 초기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박 회장은 연세대 총동문회 행사 출장을 떠났고 아시아나항공 본사 역시 사건 첫날인 1일 조영석 상무 이하 홍보팀 전원이 재택근무를 하는 등 별일 아니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다음날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내부 직원들과 관계사, 시민, 기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아시아나 직원연대’에 무려 3000명이 운집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다급해진 박 회장은 경영진을 대동하고 기자들을 불러모아 뒤늦은 사과를 했다. 기내식 대란이 시작된 지 무려 나흘 지난 시점이다.

시기도 늦었지만, 더 큰 문제는 내용이었다. 박 회장은 카메라 앞에서 머리를 숙였지만 뚜렷한 대안이나 책임자 문책 등 구체적인 조치나 대안은 전혀 내놓지 못했다. 기내식 대란의 책임을 경쟁사인 대한항공의 비협조 탓으로 돌렸고, 딸 박혜진 씨의 금호그룹 상무 발령 문제를 지적하자 “인생공부”를 운운하며 “예쁘게 봐달라”는 어이없는 답변만 내놨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사 사장에 대한 조의 표명을 했지만, 빈소 방문 계획이나 지원대책은 일절 없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박 회장의 조문 계획을 묻는 말에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만 말했다. 박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어 내부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방증인 셈이다.

박 회장의 기자회견 이후 언론은 일제히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상황을 정확히 전달해 주지 못하는 공식 홍보 채널은 이 시점부터 붕괴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오픈채팅방 ’아시아나 직원연대’에서 팩트를 체크하고 취재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객실 승무원과 지상 근무자, 캐터링 협력사 등이 전해주는 생생한 소식은 이내 뉴스가 됐다. 단톡방을 통해 전해진 현장 상황은 콘트롤 타워의 존재를 의심케 했다. 기내식과 TCV 제공이 뒤섞이는 바람에 애써 만든 기내식이 버려졌고, 정상적인 공급 시스템 대신 승무원들이 박스를 나르는 촌극이 여과없이 전해졌다. 복잡해진 운송 경로 탓에 음식이 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장 직원에게서 터져나왔다.

촛불문화제 이후 ’아시아나 직원연대’ 오픈 채팅방 분위기는 엽기적인 행각으로 논란을 빚어온 박 회장과 이에 동조한 간부들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다.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라는 기괴한 개사곡 영상이 공개됐고, 박 회장의 ‘기쁨조 의전’의 직접적인 피해자 객실 승무원들은 관리직 간부들의 실명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회장과 함께 등산을 갔을때 에어서울 승무원들이 춤을 춰야 했다는 증언, 맨바닥에 한복입고 세배를 해야 했다는 일화, 30년간 200여 기수의 영상 자료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회장의 정기적인 방문은 미투 논란 이후 중지됐지만, 과도한 의전은 여전했다. 박 회장이 기내식 사태 이후 현장을 찾았을 당시 아시아나항공 간부들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용모단정’을 현장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등 정부에서 운수권, 슬롯(특정항공편이 운항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시간대) 회수 등 초강수를 두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알짜배기로 통하는 김포∼하네다 노선이나 과거 정권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있던 중국 노선 등을 회수해 확실한 징벌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박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경영전략실 사장 자녀의 학교 내 폭력 논란 등 해묵은 이슈들이 다시 사정기관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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