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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김희애 “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한 영화…진심 닿길”

입력 : 2018-06-27 09:56:29 수정 : 2018-06-27 10: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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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김희애가 25년 연기 내공을 제대로 풀어냈다.

27일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6년간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

김희애는 부산에서 성공한 여행사 사장 문정숙 캐릭터로 분했다. 우연한 기회에 부산 위안부 피해 신고 전화를 처음으로 개설하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게 되고, 관부재판의 원고단 단장을 맡아 법정 투쟁을 이끌어간 인물이다.

김희애는 당당한 사업가 문정숙의 캐릭터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쇼트 커트에 안경, 체중 중량 등 외적인 변화는 물론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새로운 캐릭터에 몰두한 그의 노력이 치열했던 6년간의 관부재판 과정 속에 고스란히 표현됐다. 김희애는 걸크러시 매력으로 화통하게 밀어붙이면서도, 할머니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감정의 완급 조절을 보여주며 몰입을 높였다. 그의 진정성 있는 열연이 관객들의 신뢰를 얻으며 영화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허스토리’ 속 김희애가 특별한 이유는 과거의 아픈 역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중점을 두고,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과 차별화된 유형의 여성 캐릭터를 완성해냈다는 평. 김희애는 위안부 피해를 중심으로 풀어낸 영화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는 공감대를 부여하는 중요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위안부 소재 영화는 톱스타 캐스팅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여배우의 선택권이 별로 없는 충무로에서 이런 시나리오는 너무 소중하다. 출연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할머니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조차 못한 채 이야기가 너무 좋아 출연을 결심했다. 촬영하면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고 깊이 반성하게 됐다. 힘없고 연약한 할머니들이 정부의 도움 없이 일본 재판관 앞에서 소신껏 이야기했다. 문정숙도 사업하면서 바쁘게 일상을 살아온 사람인데 우연치 않은 기회에 할머니들을 돕게 된다. 한 인간으로서의당당하게 선 모습이 와 닿았다. 그래서 좋았다.”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고, 살은 5kg 넘게 찌웠다. 거친 언사도 서슴치 않는다. ‘우아한’ 김희애 이미지와 딴판이다.

“외적인 망가짐이 어렵지 않았냐 묻는 분들도 계신데 그런 건 오히려 편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본다는 게 배우의 가장 큰 축복인데 그것도 ‘문정숙’ 같은 인물이라니, 제겐 영광이다. 자신의 재산을 다 털어서 이 피해자들과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지 않은가. 연기를 하면서도 ‘인생,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스스로 반성도 됐고. 촬영을 거듭할수록 얼마나 대단한 작품에 출연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부산 사투리가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발연기가 따로 없었다. 부산 친구들이 도저히 못 듣겠다고 하는데 앞이 캄캄했다. 과외 선생님 외 다른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중엔 아예 억양을 외워버렸다. 캐릭터 자체가 처음부터 거리감 없이 또래 사람들처럼 느껴졌고, 오히려 보통의 사람이라서 더 공감이 되더라. 타고난 영웅 같은 주인공이면 부담스러울 수 있었겠지만 인간적인 면모가, 성장해가는 모습에 쉽게 마음이 갔다. 하지만 사투리가 어색하면 결국 몰입이 다 깨져버리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사투리 구사에 가장 신경을 썼다.”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었나.

“일어를 모르니까 밑에 한글로 써놓고 달달 외웠다. 재판장에서 막힘없이 말해야 하니까. 그 한줄을 제대로 외우려면 일주일이나 걸린다. 그런데 현장에만 오면 민 감독이 뉘앙스가 어울리지 않다고 즉석에서 대사를 바꾸는 거다. 화가 나더라(웃음).”

-‘허스토리’ 개봉 소감은.

“내 연기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이었고 그 분들(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누가 되거나 웃음거리가 될까봐 촬영 내내 너무나 두려웠다. 중압감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후회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모두 끝내고 나니 배우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정말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신인으로 돌아가 카메라 앞에 섰었고 그 두려움과 고민, 아픔이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었던 제게 운명과도 같은 작품이다. 관객분들에게 그 진심이 닿길 조심스럽게 바란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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