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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6-21 15:29:10, 수정 2018-06-21 16:05:50

자니로켓 있는데 또 ‘정용진 버거’?… 신세계 무리수 논란

‘버거플랜트’ 야심찬 출격에 3년내 가맹점 100개 목표
대상 불명확·노하우 전무… 대기업 파워만으론 힘들어
정용진 부회장의 반짝 관심일 수도… 브랜드 생명력↓
  • [정희원 기자] 신세계가 다시 한번 버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세계는 지난 11일 ‘미식가’ 정용진 부회장의 취향을 듬뿍 담았다는 ‘버거플랜트’를 선보였다. ‘수제버거임에도 합리적인 가격’을 전면에 내세웠다. 버거플랜트의 세트메뉴는 5900~7000원선이고, 단품은 3900원대로 일반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버거플랜트는 식자재 자체조달로 우수한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버거를 선보일 수 있다고 소개한다. 3년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100개까지 늘리는 게 1차 목표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콘셉트다. ‘가격 차이’만 있을 뿐 신세계는 이미 2011년 ‘프리미엄 수제버거’를 표방한 미국 버거브랜드 자니로켓을 내놓은 바 있다.

    결과는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현재 자니로켓 매장은 약 30곳. 프랜차이즈로 전환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가맹 점포수는 5개에 불과하다. 인지도가 워낙 낮다보니 자영업자들은 익숙한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버거킹 등을 택했다. 일반인들도 이곳에 식사하러 왔다가도 1만원대 햄버거에 ‘잘 모르는 브랜드치고 엄청 비싸네’라는 반응이 적잖다.

    반면, 라이벌 격이었던 쉐이크쉑은 2016년 국내 1호점을 낸 뒤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현재 7개 매장으로 불어났다. 론칭과 동시에 ‘줄서서 먹는 집’으로 자리매김했다. 비슷한 콘셉트의 자니로켓보다 5년이나 늦게 들어왔음에도 ‘국내 수제버거 열풍은 쉐이크쉑의 한국 진출로 시작됐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신세계는 2016년 쉐이크쉑 서울 청담점으로부터 600m 가량 떨어진 곳에 ‘자니로켓 청담점’을 세웠지만, 결국 1년만에 매장을 철수하는 ‘쓴맛’을 보기도 했다.

    버거플랜트 론칭 이후 자니로켓의 입지는 신세계 내에서 어떨까. 신세계푸드 홍보담당자는 “버거플랜트에 주력한다고 해서 자니로켓을 뒷전으로 미룰 이유는 없다”며 “자니로켓은 실패한 브랜드가 아니며, 올해 32번째 매장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신세계는 왜 또 다른 버거브랜드를 선보인 걸까. 외식 업계 종사자들은 “신세계 내에서도 ‘아직 버거시장이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햄버거 시장은 2014년 2조원대를 처음 넘어선 뒤 2017년 2조547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버거플랜트의 미래에 대해서는 미지근한 반응이다.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관계자는 “신세계 내에서 원재료 자체공급도 가능하고, 자니로켓 운영경험도 있어 버거브랜드를 이끌어나갈 내부환경은 갖췄으나 버거플랜트가 정확히 노리는 대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들과 대적하기에는 아직 무리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버거시장에 굳이 두 번째 브랜드를 내는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이 관계자는 “기존 버거 브랜드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 노하우, 해당 브랜드 버거 ‘덕후’로 여겨지는 충성도 높은 고객, 고객데이터와 마케팅 기법이 있을텐데 버거플랜트가 론칭하자마자 이들과 경쟁사로 자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햄버거 자체가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고민하는 음식은 아니다”며 “대기업 파워로 매장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차별화된 맛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가격도 비슷한 상황에서 단순히 정용진 부회장이 신경을 쓴 브랜드라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를 사로잡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외식업계 종사자도 신세계푸드의 ‘3년 내 100호점 목표’에 대해 성급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직영점을 운영하다 노하우가 쌓이면 가맹을 내는 게 일반적인데, 신세계푸드는 가맹 수익모델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영 1호점만 열고 3년내 100호점 목표를 밝혔다는 점이 어떤 의미에선 놀랍다”고 했다.

    실제 버거플랜트를 직접 방문했더니 가맹 수익모델은커녕 아직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은 듯했다. 눈에 띄는 ‘버거플랜트’ 간판, 화이트톤 인테리어, 벽면에 약간의 공기정화식물을 걸어둔 매장은 마치 인스타그램에서 ‘좋다는 것’, ‘세련된 아이템’을 한데 모아둔 분위기다.

    특히 냅킨이나 일회용 음료컵 등에는 브랜드를 내세운 메시지나 로고가 전무하다. 하얀 일회용컵, ‘신세계푸드’가 씌여 있는 냅킨은 브랜드를 ‘급조’한 듯한 느낌도 준다. 이와 관련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아직 실험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년 내 100개 가맹점을 내는 게 목표라면 이미 실험단계는 끝났어야 하는 게 옳다.

    한편, 일각에서는 버거플랜트의 사례를 두고 “이런 게 ‘신세계 스타일’”이라고 정의한다. 정용진 부회장의 반짝 관심이 끝나면 해당 브랜드의 생명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과 트렌드에 해박하지만 브랜드를 이어나가는 지구력이 약하다는 평을 무시할 수 없다. 자니로켓의 사정은 양반이다. 그동안 신세계푸드가 야심차게 공개한 베키아앤누보, 딘앤델루카, 데블스도어, 올반, 그래머시홀 등이 주춤한 것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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