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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인공기와 성조기

입력 : 2018-06-13 09:28:31 수정 : 2018-06-13 09: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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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김포공항 셔틀버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부산을 다녀온 저는 그날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큼직하게 그려져 있는 에코백을 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버스 안에 앉아 계시던 어느 할아버지께서 “어이, 어이”하며 저를 부르시는 겁니다. 저 말씀이냐며 답을 드렸더니 정말 생뚱맞게 그 어르신, 제 가방을 어디서 샀느냐고 물으시더군요. 살짝 당황한 저는 ‘인터넷’에서 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어르신은 저를 다그치며 “그거 북한 인공기 아녀?!?! 들고 다니지 말어”라고 큰 가르침(?)을 주시더군요. 황당하고 당황했던 저는 “할아버지, 이거 미제거든요”라고 거짓부렁을 해버렸던 그런 추억이 있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구매한 사이트에 후기로 올렸다가 경품이 당첨돼, SNS에 제 가방 사진과 인공기 사진을 함께 올렸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한 친구가 제게 조용히 조언하기를… 시대가 어느 때인데 북한 깃발 사진이냐며, 얼른 내리라고… 5%의 반발심도 있었지만 새가슴인지라 그 게시물을 비공개로 바꿨습니다.

12일 오후 정말 역사적인 순간, 북미 두 정상이 만나는 무대 뒤에 꽂힌 인공기와 성조기를 보면서 두 깃발이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다가 몇 년 전 제 깃발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정신무장적인 반공교육으로, 정말 김일성 주석이 사람이 아니라 똘이 장군에 나오는 혹 달린 괴물처럼 생겼을 거라 생각했었거든요. 기억하시겠지만 그 당시엔 북한에 관한 어떤 정보도 보거나 공유하면 113에 신고하라 배우던 때이니까요. 그런데 요즘 남북화해 무드를 보고 있노라면 참 많이 달라졌다 생각하게 됩니다.

악수하는 두 정상의 모습을 보면서 전 두 분이 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미국이든 북한이든 남한이든 우리 모두 사람인 것이고, 우리와 북한은 한 핏줄 한 형제 아니겠습니까. 전 정치도 잘 모르고 세계정세 이런 것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전쟁이 없는 화목하고 평화로운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가족은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만의 바람은 아니겠죠!

마무리는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imagine)’의 가사로 하겠습니다.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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