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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간절함으로 무장한 두산의 중심 오재원,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입력 : 2018-06-10 20:44:06 수정 : 2018-06-10 2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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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잠실 이재현 기자] “어린 시절부터 상상만 하던 일을 실제로 해냈네요.”

올 시즌 다수의 두산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오재원(33)을 향해 항상 엄지를 치켜든다. 역시 가장 높이 평가받는 요소는 리더십이다. 선수단의 주장으로서 존재만으로도 공수 양면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는 설명이다. 두산의 공격을 이끄는 4번 타자 김재환도 “언제나 (오)재원이 형이 있어 든든하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감독을 비롯한 팀원들의 신뢰는 한편으론 부담을 안긴다. 좀처럼 내색은 안 하지만 오재원은 매 경기를 초긴장 속에서 치르고 있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홈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4경기에서 타율 0.273(11타수 3안타)에 그칠 정도로 타격감이 다소 좋지 못했던 오재원은 경미한 다리 부상에 주 포지션인 2루가 아닌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렇다 보니 1회에는 어색한 수비실책까지 범했다. 8회까지 3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고, 9회에는 팀이 2-3으로 역전까지 허용했다. 보기에 따라선 최악의 날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오재원은 포기를 몰랐다. 오히려 9회 말 공격을 앞두고 “동요하지 말고, 정상적인 마음가짐으로 공격에 나서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최악의 순간에서도 주장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책임감과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오재원은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2,3루에서 극적인 끝내기 3점 홈런을 뽑아냈다. 팀이 타점을 정말 필요로했던, 결정적 순간 주장이 솔선수범한 셈이다. 개인 통산 첫 끝내기 홈런. 두산은 그렇게 6-3 역전승을 거두고 5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아무 생각 없이 타석에 들어섰는데, 상상만 하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 기쁘다. 은퇴 전에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며 농담 섞인 소감을 내놓았던 오재원은 “오재원이 팀을 살렸다”라는 팀 후배 허경민의 장난 섞인 외침에도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짊어지고 있던 부담감에서 해방돼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극적인 승리에도 오재원은 “체력적으로 지칠 때도 있고, 계속된 승리에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선수들이 편하게 즐기면서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다”며 다음 일정만을 생각했다. 팀이 리그 1위를 유지하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팀을 다독여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설명.

굳이 말하지 않아도 김태형 두산 감독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는 리그 1위 팀의 주장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은 그동안 힘겨워도 내색조차 못 하며 부담감과 책임감에 짓눌려 왔던 오재원에게 주어진 작은 선물이 될 전망이다.

swingman@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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