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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기 단 손흥민?… 남북 단일팀 '이강인 시대' 준비하자

입력 : 2018-05-02 06:00:00 수정 : 2018-05-02 09: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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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한반도 호랑이의 허리를 옥죄고 있던 38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만나 직접 손을 맞잡았다. 5월5일부터는 남과 북의 표준시도 통일한다. 남과 북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자 국제 사회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스포츠계도 강타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한 ‘판문점 선언’ 내용 중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 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해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삽입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아시안게임 출전 40개 종목 경기 단체에 단일팀 구성의향을 조사했다. 현재 유도·농구·탁구·체조·정구·카누·조정 등 7개 종목 단체가 단일팀 구성에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 오는 8월 막을 올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하 AG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할 경우, 최고의 이슈는 남자 축구 종목이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축구 스타 손흥민(26·토트넘)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조사한 세계 축구 선수 순위 ‘측면 공격수’ 부문에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에 이어 4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AG게임에서 손흥민이 한반도기를 가슴에 달고, 북한 최고의 유망주이자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광성(20·칼리아리)과 호흡을 맞추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현재 전력으로 금메달 획득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때문에 조직력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방안을 대한체육회에 전달했다. 사실상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축구협회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메달과 병역 혜택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을 필두로 권창훈(디종) 황희찬(잘츠부르크) 조영욱(서울)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백승호(페랄라다) 김민재(전북 현대) 등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미래가 총출동한다. 이들의 병역 혜택은 한국 축구 전체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현 시점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선수단 구성에 변화를 준다면, 대표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조직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팀을 이끄는 김학범 감독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이들이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금메달 획득에 차질을 빚는다면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렇다고 남북 단일팀 구성 흐름을 무시할 순 없다. 스포츠 정신의 근본은 바로 평화에 있다. 언젠가는 시도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적기이다. 현재 한국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이강인(17)이 대표팀의 중심에 설 시기이다. 4년이라는 시간을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당장 통일이 되면 병역 혜택에 대한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1990년 통일을 선언한 독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서독과 동독은 통일 이후에도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병력을 감축했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완전히 전환한 것은 통일 이후 ‘2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남북도 마찬가지다. 당장 통일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정치적인 이슈만으로 단일팀을 구성한다면 이 역시 스포츠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 정치권도, 스포츠계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단일팀을 추진하는 것일 옳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는 약 3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급박하게 준비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남북 평화 모드가 단시간에 끝날 사안이 아니라면 차근차근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스포츠가 남북 평화 조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매년 월드컵,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열리는 축구가 그 중심에 설 수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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