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득점 기록이 잠시 멈춘 상태이다. 지난 3월12일 본머스전에서 2골을 작렬한 이후 6경기째 득점이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손흥민의 약점인 기복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는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다. 또한 최근 현지 언론에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강팀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부정적이다.
그러나 기복과 강팀 상대 득점 기록은 손흥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6경기 연속 침묵에 대해 살펴보자. 손흥민은 지난 시즌부터 기복에서 완전히 벗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시즌 합계 21골·7도움이라는 기록이 증명했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2골을 터트렸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4골, 그리고 컵대회에서 2골을 몰아쳤다. 아직 시즌이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18골·10도움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과 개인 공격포인트 타이기록을 세웠다.
유럽에서는 도움 기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10도움은 차치하더라도,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 12골로 득점 부문 공동 9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19명뿐이다. 지난 시즌 역시 손흥민은 14골로 이 부문 13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두 자릿수 득점 선수는 리그 전체 21명이 전부였다.
손흥민에게 들이대는 잣대라면, 토트넘의 핵심인 델레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도 기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알리는 지난 1월5일 웨스트햄전부터 3월8일 유벤투스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까지 15경기 동안 무득점이었다. 에릭센 역시 2월5일 리버풀전부터 3월17일 스완지시티와의 FA컵 8강전까지 11경기 침묵했다.
EPL ‘빅6’ 로 꼽히는 맨체스터 시티(우승확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위), 리버풀(3위), 첼시(5위), 아스널(6위) 상대 득점 기록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은 이들을 상대로 1골에 그쳤다. 분명 아쉬운 결과이지만, 이는 이번 시즌 득점왕이 유력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제외하고 대부분 공격수도 마찬가지다. 득점 2위 해리 케인(토트넘)은 4골을 기록 했지만, 리버풀을 상대로 3골을 기록했다. 3위 세르히오 아구에로 역시 2골(아스널 1골, 리버풀 1골)이며, 4위 라힘 스털링도 3골이다. 스털링은 토트넘을 상대로만 3골을 터트린 것이 전부이다.
손흥민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병역이 해결되면,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지난 25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김학범 아시안게임 감독 역시 손흥민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가파른 성장 곡선, 그리고 병역 해결까지 고려하면 손흥민은 EPL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 클럽이 탐낼 만한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기복이라는 꼬리표, 그리고 강팀을 상대로 약하다는 것은 손흥민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 아닐까.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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