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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박기원 감독 “통합우승? 내 마지막 꿈은…”

입력 : 2018-04-21 07:00:00 수정 : 2018-04-20 10: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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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저 팀에서 뛰고 싶다.’

박기원(67) 대한항공 감독에게 목표를 물었다. 당연히 아직 달성하지 못한 통합우승, 그 네 음절의 단어가 나올 줄 알았지만 의외의 대답. 박기원 감독은 “내가 맡고 있는 동안 다른 팀 선수들이 우리 팀에서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며 “한 마디로 재미있고 멋있는 팀을 만들어보는 게 내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통합우승은 그 뒤에 따라오는 결과라는 의미. 이제 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박기원 감독을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노(老) 감독 박기원, ‘챔프전 우승의 의미=힘든 과정이었다. 2016∼2017시즌 부임해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에 2-3으로 패했다. 이를 악물었고 다시 도전한 2017∼2018시즌, 3위에 머물렀다. 또 한번 실패가 예상됐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PO에서 삼성화재를 2승1패, 챔프전에서 현대캐피탈을 3승1패로 꺾고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두 시리즈 모두 1차전을 패하고 뒤집은 리버스 승리, 담담하게 회상한 박기원 감독은 “드라마도 그런 드라마가 없지 않았어요?”라고 껄껄 웃었다.

지금은 웃지만 그 속마음은 우승 직후 드러났다. 1951년생 만 67세에 경험한 첫 우승의 축포, 우승 인터뷰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 정년을 훌쩍 넘긴 나이, 원로 배구인이 아닌 현역 감독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1970년대생 감독 사이에서 분투하며 정상에 올랐다. 최근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돌아왔지만 그 역시 1964년생으로 한참 후배다.

박기원 감독은 “술, 담배를 다 끊었다. 술을 안 먹으니 시간이 많이 세이브되더라. 정신을 차리려면 난 더 신경을 써야한다”며 “다른 감독이 어리다고? 감독간에 무슨 선배냐, 위아래는 없다”라고 말했다. 감독은 코트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장수다. 능력이 없다면 물러나면 된다는 지론이다.

박기원 감독의 승부욕은 미디어데이에서 드러났다. 당시 “한번이 아닌 두 번 실수하면 바보란 말이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박 감독은 “자신에게 채찍질한다는 차원에서 그런 말을 했다. 솔직한 얘기로 내 나이에 우승을 못 시켰으면 집에 가는 것 아니냐”고 웃었다.

◆자율과 편안함, 그 속의 독기=손자뻘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했을까. 대한항공은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팀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우승의 문턱에서 매번 넘어졌다. 첫 시즌 정규리그 우승, 두 번째 시즌 챔프전 우승을 이끈 원동력을 물었다.

박 감독은 “독기가 없었다. 운동선수라면 남에게 진다면 자존심이 상해야하는데 그런 게 부족했다”며 “항상 너희가 지면 상대에게 무릎을 꿇는 것이다. 자존심이 없으면 은퇴해야지, 승부의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계속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말은 선수들의 승부욕을 깨웠다.

물론 잔소리만 한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 이탈리아에서 20년을 보냈고 이란 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특히 해외에서 보낸 젊은 시절의 기억은 요즘 젊은 세대의 시쳇말로 ‘꼰대’와 다른 리더십을 갖추게 했다. 카리스마형이 아닌 자율에 따른 책임을 강조하는 가치관이 형성된 배경이다.

박 감독은 “너무 자율만 주면 십중팔구 나태해지겠지만 강압적이면 코트에서 자기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며 “이젠 (운동문화의)트렌드가 바뀌었다. 그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차별화로 살아남아야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일흔을 바라보는 감독의 한 마디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통합우승, 그보다 더 높은 목표=박 감독의 바쁜 날은 18일부터 시작됐다. 외국인 트라이아웃 및 선수 연봉 등 산적한 문제를 구단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식 훈련개시일은 5월14일. 이제 슬슬 다시 겨울을 준비해야하는 시점이다. 박 감독은 통합우승보다 매력이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표현했다. “모든 선수들이 우리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재미있고 멋있는 팀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던진 한 마디에 김학민이 녹아있었다.

지난 시즌 김학민은 벤치로 밀려났다. 곽승석 정지석 라인이 자리를 잡았다. 모든 팀이 강서브를 날리는 리그 흐름, 김학민만 노리는 목적타 서브는 그를 힘들게 했다. 이 부분에서 박 감독은 고마움을 표현했다. 간판스타의 벤치행, 팀분위기가 와해될 수 있는 위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학민은 묵묵히 후배들을 챙기고, 조연이 된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며 팀을 하나로 묶어주는 고참이 됐다고 한다. 박 감독은 “정말 학민이가 도와줘서 원팀이 됐다. 주변에서 돕지 않으면 우승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조화 속에 최고의 경기력이 나오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한항공만의 팀컬러가 만들어진다는 게 박 감독의 생각이다.

박 감독은 또 다른 생각도 하고 있다. 정지석, 진성태 외 주력군은 모두 30대에 접어들었다. 차기 감독을 위한 세대교체의 작업도 필요함을 인식했다. 그래서 비시즌 후보선수들을 오히려 더 채찍질할 생각이다. 또 국가를 위한 대표팀 차출에도 문을 열었다. 박 감독은 “만약 대표팀에서 원하면 어떤 선수를 데려가도 좋다”고 말했다. 벌써 이런저런 구상에 바쁜 날들, 박 감독은 “그래도 우승하고 바쁘니 참 좋다”고 웃었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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