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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포커스] LG의 ‘사인 훔치기’ 논란, 안이함의 대가는 컸다

입력 : 2018-04-19 13:00:00 수정 : 2018-04-19 15: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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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광주 이혜진 기자] LG의 ‘사인 훔치기’ 논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말하자면 어설픈 ‘도둑질’을 하려다 들통난 꼴이다. LG가 상대팀 배터리의 사인을 공유한 사실이 적발됐다. LG는 18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시즌 5차전에서 3-4로 패했다. 문제는 그 다음. ‘KIA 구종별 사인’이라는 제목의 수상한 종이가 발견됐다. KIA 배터리의 사인분석이 담긴 이 종이는 원정 더그아웃 안쪽 복도 벽에 붙어 있었고, 사진기자들에 의해 포착됐다. 이른바 ‘사인 훔치기’가 의심되는 정황, ‘의혹’이 아닌 ‘구체적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인 훔치기’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일까. LG는 안이했다. 사실 프로야구 10개 모든 팀은 전력분석을 하고, 이를 통해 상대팀 패턴을 파악하려 애쓴다. 다른 팀의 사인을 캐치해 공유하는 것도 LG만의 일이라 단정 짓긴 어렵다. 하지만 심증은 있을지언정 적어도 LG처럼 대놓고 물증을 남긴 경우는 없었다.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공부를 하고 전략을 짜는 것과 ‘커닝페이퍼’를 붙여놓고 시험을 치르는 것은 천지차이다. LG는 무엇보다 그 점에 대해 소홀했다.

그간 공공연하게 ‘사인 훔치기’가 자행돼 왔다고는 하나, 이는 결코 합리화될 수 없는 비신사적행위이며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KBO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을 살펴보면 1항에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고 나와 있다. 2항에선 전자기기 사용 금지와 더불어 ‘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경기 중 외부로부터 페이퍼 등 기타정보전달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논란이 커지자 LG는 잘못을 시인했다. LG는 “확인 결과, 전력분석에서 정보전달을 하는 내용 속에 주자의 도루 시 도움이 되기 위한 내용이 있었다”면서 “분명 잘못된 것이다. 향후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류중일 감독과 양상문 단장은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주시하고 있는 만큼 징계 수위에 시선이 쏠린다. KBO는 ‘일단 LG 구단의 경위서를 받아본 뒤 제재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LG는 선수들이 해당 내용을 실제로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들 현 시점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몇이나 될까. 오히려 언제부터 이러한 행위를 해 왔는지, 구단의 말처럼 정말 도루를 위한 정보가 맞는지 등 원론적인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더욱이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로 돌아간다. 이번 사태로 LG는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를 새기게 됐다.

야구라는 종목 특성상 사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사인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치트키(게임에서 제작자만 아는 비밀전술이나 속임수)’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사인을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일각에선 사인을 훔치고 지켜내는 것 또한 ‘야구의 일부’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스포츠정신과 어긋나는 부분이다. 눈앞의 1승을 위해 프로선수로서의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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