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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시청률? 샐러리캡? 남여 연봉차?… 관중실집계가 먼저다

입력 : 2018-04-18 13:00:00 수정 : 2018-04-17 19: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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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관중 실집계가 먼저다.’

완연한 봄이다.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프로배구 V리그 2017~2018시즌도 대단원의 막을 내렸고,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남녀부 각 구단은 2018~2019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특히 프런트가 바빠지는 시기이다. 지도자 영입 및 재계약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자유계약(FA)을 획득한 선수들이 차후 행보를 고민하고 있고, 이미 결정하기도 했다. 다음 시즌을 함께할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한 정보전 시작됐다.

한국프로배구연맹도 바쁘게 돌아간다. 당장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여념이 없다. 또한 다음 시즌 운용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최근 샐러리캡과 FA 우선협상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부분들은 분명히 개선이 필요한 제도들이다. 당장 변화를 주는 것은 어렵지만, 이를 위해 각 구단 사·단장부터 한국프로배구연맹 수뇌부가 머리를 맞대고 공론화해야 한다. 다만 당장이라도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구단별 관중 실집계이다.

V리그의 2017~2018시즌 최고의 성과라고 하면 바로 남자부와 여자부를 분리 운영해 성공적으로 치러낸 점이다. 특히 여자부의 성장 가능성을 엿봤다. 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의 챔피언결정전은 동시간 스포츠 중계 시청률 1위는 물론 프로야구 중계 편성에도 영향을 줬다.

다만 시청률로 대변하는 여자부의 성장은 허상(虛像)에 가깝다. 시청률이 인기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있지만, 그것이 흥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V리그 여자부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프로화, 산업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프로화의 첫 걸음이 바로 관중 실집계이다.

현재 여자부는 실질적인 관중 실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자부의 경우 대부분의 구단이 관중 실집계를 진행해 KOVO에 보고하고 있지만, 여자부 대부분의 구단은 모기업 직원으로 이뤄진 동원 관중까지 실집계에 포함해 보고하고 있다. KOVO가 발표하는 여자부 구단의 관중 동원 기록은 실제 기록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여자부 경기 현장을 가면 넥타이 부대가 관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가슴에는 기업의 배지가 당당하게 끼워져 있다. 경기장 밖에는 관중 동원을 광고라도 하듯 대형 버스가 나란히 주차돼 있다. 경기가 끝난 이후에는 동원 관중 대표자들이 당당하게 코트로 내려오고, 선수단은 도열을 하는 구태의연한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 몇몇 직원들은 "구단에 얘기해서 사인볼 좀 더 챙겨달라고 해요"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한 배구단 모기업 직원은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단체로 배구장 응원을 간다. 이는 신입사원 적응 코스"고 밝혔다.

구단 모기업 직원이 단체로 배구장으로 응원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관중 실집계 수치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일반 팬들이 경기를 관람하기 좋은 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남자부 인기 구단 1경기 관중 수익이 여자부 구단 시즌 전체 수익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객단가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이러한 불균형은 결국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 예가 바로 샐러리캡과 FA 우선 협상제도이다. 남자부와 여자부 샐러리캡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경제력이다. 남자부의 관중 실집계를 진행하면서 구단의 현식을 직시했다. 이에 마케팅 및 홍보 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관중 끌어모으기에 열을 올렸다. 관중 수익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기념품 판매로도 실적을 쌓고 있다.

관중 실집계 지표가 명확하게 나타나면서 스폰서십 활동에도 긍정적이다. 스폰서 입장에서는 관중이 정확하게 집계되기 때문에 홍보효과를 예상할 수 있고, 이에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 모기업도 마찬가지. 배구단의 경제 효과를 직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에 따라 지갑문을 열고 닫는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캐피탈이다. 현대캐피탈은 V리그 구단 가운데 지역 연고 기업과의 스폰서십이 가장 활발한 구단이다. 관중 실집계가 이뤄지고, 그 지표로 다가가면서 원활한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모기업에서도 배구단을 통한 홍보 효과를 수치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가 이뤄진다. 선수 영입만이 투자가 아니다. 충남 천안시가 배구특별시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관중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 주먹구구식 스폰서십으로는 철저하게 경제 논리로 돌아가는 모기업의 지갑을 열 수 없다. 모기업에 지갑을 열지 않으니, 샐러리캡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게 된다. 여자 선수의 연봉이 남자 선수보다 낮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자부 대부분 관중 실집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구단의 투자대비 이익 실적이 실제로 나타나지 않는다. 단순히 "배구단은 돈만 쓰는 부서"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모기업이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이다.

FA 우선협상 제도도 마찬가지다. 지갑이 열리지 않으니 선수를 붙잡을 수 없다. 눈 앞에서 선수를 뺏기게 생겼으니, 일차적인 방패막이를 마련한 것이 바로 우선 협상 제도이다. 자유 경제 논리가 핵심인 FA제도에 제한 장치를 마련해 자유 경제를 방해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시청률의 허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외면하면 제자리에 머물거나 퇴행할 수밖에 없다. 관중 실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프로스포츠는 배구뿐이다. 야구 축구 농구는 이미 시작을 했다. 당장이라도 시행해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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