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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이슈①] 손흥민 ‘변화’에 맞섰고, 또 ‘성장’했다

입력 : 2018-03-18 13:22:36 수정 : 2018-03-18 13: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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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침투형 최전방 공격수에서 타깃형으로 스타일을 바꿨다. 경기 흐름을 읽었고, 그 흐름에 맞춰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지만, 제대로 소화했다. 그리고 몸으로 리듬을 유지했고, 다시 측면 공격수로 자리를 옮겨 침투형 윙어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변화에 맞선 손흥민(26·토트넘)이 또 성장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핵심인 이유를 또 증명했다.

손흥민은 1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치른 스완지시티와의 ’2017~2018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8강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3-0 승리에 힘을 보탰다. 비록 5경기 연속골 기록에는 실패했지만, 이날 최전방과 측면을 두루 살피며 팀 공격을 이끌어갔다.

손흥민은 이날 부상을 당한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평소 토트넘 전술이라면 손흥민처럼 스피드를 바탕으로 공간으로 침투하는 공격수가 강점을 보일 수 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와 같은 2선 공격수는 퍼스트 터치 또는 정확한 패스를 바탕으로 연계 플레이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손흥민은 전반 23분 중원에서 길게 찔러준 공을 질풍 같은 침투로 상대 수비를 제치고 전방으로 침투, 침착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아쉽게 오프사이드에 걸리면서 득점은 취소가 됐지만, VAR(비디오 판독)까지 돌려볼 정도로 정교하게 침투하는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만약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면, 이날 최고의 골장면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 명장면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공격 2선의 침투 패스에 전혀 지원 받지 못했다. 이날 마우리시우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알리는 벤치에 앉혀두고 에릭 라멜라와 루카스 모우라를 좌우 측면에 배치했다. 두 선수는 전형적인 드리블러로 상대 수비를 달고 스스로 벗겨내 기회를 만드는 유형이다. 이 경우 상대 수비를 등지고 수비진에 부담을 주는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손흥민이 침투하는 찰나의 순간 패스가 전달돼야 하지만, 라멜라와 모우라는 이 순간 드리블을 시도했다. 이에 손흥민은 상대 최종 수비라인을 뚫고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무의미한 움직임만 반복해야 했다. 라멜라가 득점포를 터트리며 활약했지만, 팀 전체 플레이의 효율성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남았다.

이에 손흥민은 침투보다는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역할에 충실히 하는 변화를 단행했다. 패스를 받아주기 위해 공격 2선까지 내려와 플레이했다. 손흥민이 이날 단 2개의 슈팅밖에 시도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분명 자신과 맞지 않는 옷이었지만,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팀의 원활한 공격 진행을 이끌었다.

변화는 한 번이 아니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28분 타깃형 스트라이커 요렌테를 투입하면서 손흥민이 아닌 모우라를 불러들였다. 그만큼 손흥민의 존재감을 인정했다. 이에 요렌테를 최전방으로 올리고, 손흥민을 측면에 배치했다. 이후 득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오히려 토트넘은 빠른 템포의 경기를 펼쳤다. 손흥민 역시 빠른 침투로 윙어의 역할을 다했다.

손흥민은 이날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닷컴’으로부터 6.8점의 낮은 평점을 받았다. 이 매체는 득점 등 결과물이 평점의 기준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 영향력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는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에게 평점 8점을 부여했다. 이는 2골을 터트린 에릭센에 이어 팀에서 2번째로 높은 평점이었고, 라멜라와 같은 평점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읽으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 변화에서도 자신을 리듬을 잃지 않으며 경기를 풀어갔다. 비록 자신의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팀을 승리로 이끄는 플레이를 한 것이다. 손흥민을 두고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심심하지 않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성장 속도를 끌어올린 손흥민의 행보에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의 희망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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