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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87. 시각장애인의 예지몽

입력 : 2018-03-11 18:24:13 수정 : 2018-03-11 18: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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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무리를 떠나 ‘코끼리 무덤’으로 이동하여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는 전설이 있다. 물론 사실은 아니다. 다만 동물이나 사람은 죽음이 임박했을 때 이를 감지하는 능력은 있다. 세계적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는 자신이 죽는 날짜와 시간, 이장하는 날까지 정확히 예언하고 죽었다 하며, 득도한 고승들 역시 열반에 들 때를 미리 알고 있다고 한다.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사람들에게도 죽음이 닥쳐오면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나쁜 짓만 골라하던 이가 갑작스레 선행을 한다든지, 노인이 자신의 옷가지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등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한다면 한번쯤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이 왔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죽음을 감지하는 능력은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현상은 전쟁터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영이 떠난 군인은 이상한 행동을 하는데, 예를 들면 갑자기 평소보다 밥을 유난히 많이 먹거나, 먹는 것에 집착한다. 그리고 별 것도 아닌 일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여 싸움을 벌이는 등 튀는 행동을 한다.

때론 이런 감지능력이 보통 사람들보다 강해 죽음에 대한 준비를 다하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다. 언젠가 나를 찾아왔던 선천성 시각장애인이 그런 사람이었다.

“법사님, 며칠 전 희한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시력을 잃어 단 한 번도 물체를 본 적이 없었다 한다. 그래서 늘 소리로만 꿈을 꾸곤 했는데, 며칠 전 꾼 꿈에는 갑자기 모든 물체들이 선명하게 보였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 꿈은 제가 죽을 것을 미리 알려주는 꿈이 아니겠습니까?”

안마사로 일하는 그에게는 애지중지하며 키운 심청이 같은 딸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성인으로 다 키워 놓았건만 죽는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기 그지 없었던지 내게 사정을 했다.

“죽는 것은 무섭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했는데 딸이 작년에 그 어렵다는 국가고시 1차에 합격했습니다. 그저 2차 합격하는 것만 보고 죽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평생 육감으로만 살아왔던 그였기에 그 누구보다 선명히 죽음의 그림자를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사색이 짙게 드리워진 그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던 나는 그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곤 “우리는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따님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하곤 돌려 보냈다.

그리고 1년 뒤 한 여인이 찾아왔다. 그녀는 “아버지께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법사님을 뵙고 왔다’면서 저를 꼭 안아 주셨습니다. 국가고시 2차에 합격하거든 반드시 법사님을 찾아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시각장애인의 딸이었다. 아버지가 그토록 걱정하던 2차에 합격했고, 이번에는 아버지를 위한 구명시식을 올리고 싶다며 찾아온 것이었다. ‘또 만나게 될 것이다’라는 나의 말이 현실이 되어 구명시식에 나타난 시각장애인 영가는 더 이상 장애를 갖고 있지 않았다.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난 그는 “이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딸의 합격에 무척 기뻐했다.

인간의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죽는 연습을 한다. 잠을 자는 순간이 바로 죽는 것이며, 아침에 눈을 뜨며 깨어나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렇듯 하루가 한 생이라 할 수 있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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