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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우의 유통잡설] 다이소는 규제하며 무인양품은 놔두나?

입력 : 2018-03-05 18:40:19 수정 : 2018-03-05 18: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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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반성장위원회 등 유관 기관들은 동네 문구점과 갈등을 빛어온 다이소를 규제한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 업계는 정부의 규제에 백기를 든 지 오래 됐고, 올리브영 같은 헬스앤뷰티스토어 역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피해가려 온갖 방안을 강구 중이다. ‘골목상권 지키기’는 전정권과 현정권 모두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따로 없이 중요하게 다루는 문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런 사회 분위기를 외면하는 기업도 있다. 일본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을 국내에서 전개하고 있는 무지코리아다. 무지코리아는 최근 한국 내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서울 신촌에 열었다. 무인양품 신촌점의 면적은 총 5개층 1652㎡(약 500평)으로 강남점보다 2배 가까이 크다. 무지코리아는 “오는 2020년까지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까지 1520개 매장을 추가 출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28개인 매장 수가 3년 이내에 1.5배 늘어난다는 뜻이다. 무지양품이 다루는 품목은 의류 액세서리, 퍼니처, 패브릭, 가정용품, 문구류, 식품 등으로 다이소가 판매하는 품목과 얼추 비슷하다. 다이소를 규제한다면 무인양품도 규제해야 마땅하다. 신세계에도 무인양품과 비슷한 품목을 취급하는 자주(JAJU)가 있지만 로드샵은 출점하지 않고 있다.

무인양품은 지난 1980년 12월 일본 양품계획에서 만든 브랜드다. 무지코리아는 양품계획과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상사가 각각 6대4로 합작해 설립했다. 2003년 롯데영플라자에 무인양품 1호점을 열었고, 2017년 약 2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대앞’으로 불리던 신촌 상권은 대기업의 무차별 공세에 이미 녹아내렸다. 독수리다방, 홍익문고 등 몇몇 오래된 노포들만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를 감안해서일까? 무지코리아는 신촌점 오픈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역에 도움이 되는 매장을 콘셉트로 ‘신촌지역의 학생·소비자들과 지역상권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 되겠다’고 명시했다.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커뮤니티 공간과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결합한다는 취지인데, 정작 유사한 품목을 취급하는 골목상권 소상인에 대한 배려는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의욕적으로 내비친 목표가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대목이다.

나루카와 타쿠야 무지코리아 대표는 신촌점 매장 오픈 당시 “무인양품 신촌점은 손님들에게 단순히 물건을 파는 매장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매장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런데, 신촌의 지역주민은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네 문방구집 딸도, 보세옷집을 운영하는 청년도 모두 신촌 주민이다.

생활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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