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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2-27 13:39:36, 수정 2018-02-27 16:36:00

[최정아의 연예It수다] "미투 이용"…김어준이 모르고 있는 것

  • [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역겹다. 미투 운동(Me Too)을 정치 프레임에 끼워 맞춘 이들의 발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어렵사리 용기낸 피해자들의 마음을 1%도 이해하지 못한 경솔한 처사다.

    최근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 폭로하는 미투 운동을 두고 진영논리로 싸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권문제에 여야나 진보 보수가 나뉘어 싸우는 꼴이 우습기만 하다.

    돌이켜 보자. 갈등의 조짐은 가해자들의 정치 성향이 주목받으면서부터 였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문화계 인사들 중 상당수가 진보 성향을 띄었다. 최초로 고발된 시인 고은, 연극 연출가 이윤택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문화계 인사들이다. 잘못을 시인한 조재현과 최일화, 진실게임 중인 오달수 조민기도 진보 성향을 내비친 배우들이다. 때문에 ‘블랙리스트 재평가’라며 비꼬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는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찾을 수 있을 정도의 공통점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정치 성향이 진보일 뿐이지, 진보라 가해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무지몽매한 국민’으로 본 것일까. 혹은 ‘어차피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라는 백윤식의 대사(‘내부자들’)를 가슴에 품고 있어서일까.

    방송인 김어준은 24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미투 운동과 관련해 공작을 운운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지금 나온 뉴스들이 그런 게 아니라 예언을 하겠다”라고 전제하며 “문재인 정부를 타겟으로 누군가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공작의 방식으로 미투 운동을 보면 첫째 ‘섹스’, 좋은 소재고 주목도가 높다. 둘째 진보적 가치가 있다. 피해자들을 준비시켜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자 자신이 DJ로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저는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고 말했지, ‘미투가 공작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추가 발언을 내놨다.

    진보 진영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었던 김어준의 발언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미투 운동의 의미를 변질시킨다는 지적이 계속 되고 있는 것.

    실제로 그의 발언 이후 삼일 째 미투 운동은 정치 싸움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젠 정치판 개나 소나 다 미투 운동을 들먹이는 상황까지 왔다. 피해자와 단 한 번도 마주하지 않은 사람들이 말이다.

    현재 미투 운동은 SNS와 온라인 댓글을 중심으로 한 익명 폭로가 대다수다. 피해자들은 피고름을 짜내는 마음으로 가슴 속 아픈 기억을 끄집어냈다.

    스포츠월드는 지난 22일 “유명배우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증언을 확보하고 기사로 실었다. 하지만 이후 언론과 정치판의 쏟아지는 관심에 부담을 느낀 피해자, 결국 2차 피해를 우려해 증언을 삭제했다. 한 가정의 아내로, 엄마로 살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성추행 폭로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 응원은 커녕 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사회 분위기가 씁쓸하기만 하다.

    김어준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모르고 있다. 자신의 발언이 앞으로 나올 피해자 증언을 좌절시키는 입막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또 피해자의 발언에 진정성을 떨어뜨리고 가치 절하하는 행위라는 것을 말이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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