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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배추보이 & '영미'… 올림픽 '편식' 지운 어밴져스

입력 : 2018-02-27 09:02:00 수정 : 2018-02-27 08: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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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강릉 권영준 기자] “감격스러운 순간입니다. 사상 첫 메달입니다.”

3번의 울림이 한국 동계 스포츠의 역사를 바꿨다. ‘불모지’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였다. 주인공은 ‘아이언맨’ 윤성빈(24·강원도청), ‘배추보이’ 이상호(23·한체대) 그리고 “영미야~”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한국 컬링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다.

한국 동계 스포츠는 ‘편식 현상’이 강점이자 약점이다.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올림픽에서 첫발을 내디딘 한국은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대회까지 단 1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다만 세계의 벽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한 한국은 1992년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김윤만(현 대한체육회 대회운영부 과장)이 은메달을 획득하며 첫 메달의 역사를 남겼고, 이 대회에서 김기훈(현 평창올림픽 강릉선수촌장)이 쇼트트랙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첫 메달의 가치는 역사를 바꿨다. 한국은 이후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았고,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이상화-이승훈-모태범이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신화를 썼고, 이어 2014 소치올림픽과 이번 평창올림픽까지 전진을 거듭했다.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는 차민규, 김태윤, 김민석 등 차세대 주자도 수면 위로 등장했다.

하지만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편중된 메달 획득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은 이번 평창올림픽 전까지 총 53개(금 26·은 17·동10)개의 메달을 획득했는데, 모두 빙상 종목에서 나왔다.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21개 포함 42개가 쏟아졌고, 이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9개, 피겨 스케이팅에서 2개를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은 총 17개 메달(금5·은8·동4) 가운데 쇼트트랙은 금 3개를 포함해 총 6개, 스피드스케이팅 역시 금 1개 포함 7개를 기록했다. 총 메달의 76%가 빙상 종목이었다.
한국 동계 스포츠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편식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했다. 오아시스는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전설’ 김연아(은퇴)였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하며 서막을 알렸고, 2014소치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메달 획득의 다양화’라는 상징적 의미를 남겼다.

‘김연아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은 2018 평창올림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두주자는 윤성빈이다.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 ‘아이언맨’ 윤성빈은 이번 올림픽에서 폭발적인 스타트와 경쟁자를 압도하는 주행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시아 스켈레톤 역사상 첫 금메달, 그리고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첫 메달이었다. 대회 마지막 날 남자 봅슬레이 4인승의 원윤종-전정린-김동현(이상 강원도청)-서영우(경기BS경기연맹)도 은메달을 획득하며, 썰매 종목 2번째이자 봅슬레이 사상 첫 메달을 안겼다.

아시아 스노보드 1인자이자 ‘배추보이’ 이상호의 질주도 빛났다. 이상호는 지난 2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치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설상 종목 역사상 첫 메달이다.

윤성빈은 스켈레톤 경기장이 없어 시멘트에서 훈련했고, 이상호는 배추밭을 개조해서 만든 썰매장에서 스노보더의 꿈을 키웠다. 주위에서는 “그 종목으로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무시도 당했지만, 묵묵히 ‘마이웨이’를 외치며 달려왔다. 그리고 역사를 새로 섰다. 두 선수는 “김연아를 바라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전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역시 ‘불모지’ 한국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안경선배’ 김은정과 ‘국민 영미’ 김영미, 두 절친을 중심으로 친동생 김선영 김경애 그리고 김초희까지 조직력의 끝을 보여주며 한국 컬링 사상 첫 메달을 안겼다.

한국 동계 스포츠 ‘편식 현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 저변 확대와 단단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의 메달 획득이 의미 있다. 이들이 내디딘 발자국이 성장으로 이어진다면, 한국 동계 스포츠는 여러 종목에서 메달을 고루 섭취하는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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