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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2-25 18:29:11, 수정 2018-02-25 18:29:11

[차길진과 세상만사] 183. 내 삶속의 유토피아

  •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유토피아를 꿈꿔왔다. 인간이 상상하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그 시대와 사상가들에 따라 그 모습이 조금씩 달랐지만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이 인간이 꿈꿔왔던 유토피아임은 분명하다. 유토피아를 현세와는 전혀 다른 세계라고 말하면서도 현세와 시간적으로, 그리고 공간적으로 연속선상에 있음은 부인하지 못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회화인 ‘몽유도원도’는 당시 조선인들이 꿈꾸던 유토피아를 그대로 반영한 그림이다. 세종의 아들 안평대군이 어느 날 꿈에서 몽유도원을 본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 장면을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안견에게 말한다. 그리고 안견은 3일 만에 거작 ‘몽유도원도’를 완성했다.

    실경산수(實景山水)가 아닌 이념적 산수화인 몽유도원도는 현재 우리나라에 없다.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천리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몽유도원도가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가게 됐는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천리대학은 그림을 상설전시를 하지 않고 있고, 한국 학자들이 그림을 보고자 해도 잘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비록 가까이서 볼 수는 없지만 도판으로만 봐도 가슴이 꽉 차 오르는 듯하다.

    몽유도원도는 당시 도가사상의 정점인 도연명의 ‘도화원기’의 내용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무릉에 사는 한 어부가 어느 날 배를 타고 가다 도화림에서 길을 잃고 배에서 내려 동굴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동굴 밖에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그곳에 사는 이들은 너무나 여유 있는 얼굴로 신기한 옷을 입고 살고 있었고 동네에서 짖는 동물소리 마저 안락했다.

    그들은 진나라의 전란을 피해 살고 있는 이들이라 밝혔고 이내 어부에게 융숭한 대접을 하곤 절대 이곳을 발설하지 말아 달라 부탁한다. 어부는 돌아가다 가는 길을 표시해두었으나 다시는 그 곳을 찾지 못한다. 아름다운 문장의 ‘도화원기’는 아쉬움으로 막을 내리지만 현재까지도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은 계속된다.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비치(Beach)’도 같은 맥락의 영화다. 전 세계 단 한곳뿐인 지상 낙원인 섬. 그곳을 찾아가 마음껏 자유를 누렸던 그는 세상에 돌아와서도 환상에 젖는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부가 찾아갔던 도화림 속의 마을인가, 아니면 디카프리오가 갔던 저 먼 이국의 섬인가.

    가슴 깊이 슬픔을 안고 찾아온 한 어머니가 있었다. 바쁜 생활 때문에 남매를 잘 보살피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 어머니는 “제 딸이 뇌종양으로 숨을 거뒀습니다. 뇌종양 말기에 들어서야 그것을 알았으니 제 잘못이 큽니다.” 그러나 구명시식에 나타난 딸영가는 뜻밖의 말을 했다. 현생에서 뇌종양으로 너무나 큰 고통을 당했던 그녀는 영계에서의 삶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젊은 나이에 죽은 것이 한이라면서 다음 생에는 오빠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초연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제가 다시 태어날 때면 세상은 많이 변해 있겠죠? 아마 살아생전보다 더 많은 문명의 혜택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변한 세상에서 태어나 더 재미있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 순간 유토피아란 것이 영가의 말처럼 찾아갈 수 없는 곳이 아니고 현생에서 좀더 나은 세상으로 환생하는 그 자체가 유토피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각자의 업이 다르니 그 과정도 다를 것이다.

    동양의 유토피아는 흔히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이상향으로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죽음이 없다면 과연 인간이 행복하다 말할 수 있을까. 업을 조금씩 소멸하며 내생을 맞이한다면 그 생은 훨씬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꿈속의 도원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유토피아로 가는 도화림의 동굴 같은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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