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경기에서 특정 선수의 의존한 결과는 참담했다. 경기력도 조직력도 엉망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팀을 위한 선수 개개인의 노력도 부족했지만, 이를 유도한 코칭스태프의 잘못이 더 크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는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 올림픽 파크 내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이하 오벌)에서 열린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전에 출전했으나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7위에 머물렀다. 마지막 1바퀴를 남겨두고 선수 사이에 간격이 크게 벌어지는 조직력의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김보름은 노선영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활짝 웃어 국민의 공분을 샀다.
대한빙상연맹은 급하게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불 끄기에 나섰으나, 진정한 사과를 뒤로 한 채 문제 수습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총감독과 노선영의 주장이 달라 진흙탕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이 와해 직전까지 가는 과정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에이스 의존’이다. 백 감독은 팀 추월 경기를 준비하면서 3명의 선수가 번갈아 선두에 나서는 전략을 세웠다가, 경기 직전 김보름이 3바퀴를 책임지며 레이스를 하는 것으로 급하게 변경했다. 백 감독은 “4강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김보름을 앞세우는 전략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구성원의 면면을 살피지 못하고, 에이스에 의존한 경기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에이스에 의존한 팀 경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상반된 장면에서 드러났다. 지난 20일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 나선 심석희, 최민정, 김예진, 김아랑은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정상에 올랐다.
여자 컬링도 마찬가지. “영미~”라는 평창올림픽 최고 유행어를 만든 여자 컬링 대표팀은 세계 강호를 연일 격파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가족 및 친구 사이로 얽히고설킨 만큼 환상의 조직력을 자랑하고 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단체 경기에서 조직력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냉혹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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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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