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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올림픽은 우정의 무대…우리는 경쟁자 이전에 친구

입력 : 2018-02-20 06:00:00 수정 : 2018-02-19 13: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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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강릉 이지은 기자] “쉿.”

지난 18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선이 열린 강릉 아이스아레나, 14조에서 자신의 레이스를 마친 고다이라 나오(32·일본)는 올림픽 신기록(36초94)이라는 최고의 기록을 써냈다. 고다이라의 금메달 수확이 유력한 종목이었기에 많은 일본 팬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았던 터. 뜨거운 환호성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고, 고다이라는 그런 관중들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세워 입에 가져다 댔다.

그 이유는 스타트라인에서 확인됐다. 15조에 배정된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출발을 준비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향하는 응원이 이상화에게는 소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조용히 해달라는 고다이라의 제스쳐는 여기서 비롯됐다.

사실 둘은 이제까지 동계스포츠에서 대표적인 라이벌 관계로 그려졌다. 기존 챔피언의 아성에 도전하는 신흥 강자, 게다가 한일 관계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졌기에 대결 구도는 더욱 부각됐다. 그러나 둘은 경쟁자이기 이전에 오랜 친구였다. 올림픽 3연패를 꿈꾸던 이상화는 27초33으로 결국 은메달에 그쳤고, 아쉬움과 후련함으로 눈물을 쏟던 이상화를 가장 먼저 안아준 건 고다이라였다. 경기가 끝난 뒤 이상화는 “고다이라가 ‘나는 여전히 너를 존경한다’라고 하더라. 나도 ‘네가 해낸 것을 보니 자랑스럽다’라고 했다”라며 당시 대화 내용을 밝혔다.

남자 빙속 장거리의 양대산맥 이승훈(30·대한항공)과 스벤 크라머(32·네달란드)의 관계도 마찬가지. ‘신예’ 이승훈이 2010 밴쿠버 대회에서 1만m 금메달을 목에 걸며 ‘황제’ 크라머가 지키고 있던 절대 1강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지만, 서로 인사도 하지 않던 둘은 오히려 이를 계기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국제대회에서 만나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은 기본. 이승훈에게서 “크라머가 자꾸 말을 시킨다”부터 시작해 “크라머는 이겼으니 괜찮다”라는 다소 거친 발언까지 농담으로 나올 정도가 됐다.

사실 네덜란드에서 보는 크라머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편이 아닌 데다가 ‘월드 클래스’라는 자존심도 세기 때문에 사람들과 쉽게 말을 섞지 않는다고 묘사되곤 한다. 네덜란드 언론이 크라머를 불러놓고 이상훈을 자주 언급하는 것 역시 먼저 말을 시키는 모습에 놀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크라머는 자신의 SNS에 한국어로 글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승훈의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에 처음 출전하는 크라머는 각오 대신 “이승훈과 올림픽이 끝나면 만날 계획이다”라는 약속을 귀띔하기도 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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