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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2-13 05:50:00, 수정 2018-02-13 09:27:50

[올림픽 스토리] 혼신의 역주, 노선영은 '혼자'가 아니었다

  • [스포츠월드=강릉 정세영 기자] 12일 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

    5조 아웃코스에 자리를 잡은 노선영(29·콜핑팀)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총성이 울리기 전에 움직이는 실수를 범했다. 이어 다시 출발선에 선 노선영은 두 번째 출발 총성과 함께 스타트 라인을 박차고 나갔다.

    노선영의 이날 레이스를 특별했다.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올림픽이다. 노선영은 평창올림픽 팀 추월을 준비하던 지난달 22일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대표팀 퇴출 통보를 받았다<본지 1월23일 단독 보도>. ISU 규정상 단체전인 팀추월에 나가려는 선수는 개인 종목 출전권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빙상연맹이 이 규정을 잘못 해석했다. 개최국 자동출전권이 있다는 소식에 개인 종목 출전권보다는 팀 추월에만 집중했던 노선영에게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하늘이 도왔다. 1500m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은 예카테리나 시코바, 율리아 스코코바 등 러시아 선수 2명이 출전명단에 빠지면서 다시 올림픽에 뛸 기회를 잡았다. 노선영은 이틀간 고심했다. 퇴출 통보를 받고 단단히 화가 난 노선영은 “다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 않다”고도 선언했었다.

    노선영은 고심 끝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노선영이 다시 선수촌으로 돌아온 것은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노진규와의 약속 때문이다.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00m, 1500m, 3000m에서 1위를 차지한 노진규는 김동성과 안현수의 뒤를 잇는 쇼트트랙 스타였다. 하지만 4년 전 소치 대회를 앞두고 골육종 판정을 받았고, 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22세에 올림픽 출전 꿈이 좌절됐다. 그리고 노진규는 긴 투병 끝에 2016년 3월, 24살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누나와 동생의 평생 꿈은 올림픽 무대에 함께 서보는 것이었다. 사실 둘은 국제종합대회에 나란히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적도 있다.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이었다. 당시 노진규가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누나 노선영은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노선영은 “동생의 금메달이 부러웠다. 그래서 꼭 따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선영에게 평창 대회는 자신의 4번째 올림픽 무대다. 2014년 소치 대회 후 은퇴하려 했지만, 동생 노진규가 "평창올림픽에 꼭 함께 나가자”는 말에 은퇴를 미뤘다. 노선영은 그간 인터뷰에서 동생을 생각하며 고된 훈련을 버텼다고 했다.

    이날 노선영은 이를 악문 채, 작심한 듯 역주를 펼쳤다. 레이스를 마친 노선영의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1분58초75의 평범한 기록이었지만, 동생의 올림픽 꿈을 위해 온 힘을 다한 레이스는 메달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레이스를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노선영은 “후련했다”라며 “동생이 봐도 만족스러웠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노선영에겐 이젠 현역 마지막 올림픽 경기가 될 19일 팀 추월 경기가 남았다. 김보름, 박지우와 호흡을 맞추는 팀추월은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 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노선영은 “팀추월은 3명이서 하는 경기니까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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