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구질을 평가할 때는 칭찬이다. 상대 타자가 노릴만한 곳으로 깔끔하게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스트라이크존 안팎을 넘나들어 쉽게 방망이를 내지 못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29)의 스프링캠프 평가다. 올 겨울 외국인 선수 3인방을 모두 교체한 가운데 후랭코프는 김태형 감독이 가장 신경쓰는 선수다. 조쉬 린드블럼의 경우, 롯데에서 세 시즌을 보내면서 리그 검증을 받아 걱정이 적지만 후랭코프는 다르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제 역할을 못한 마이클 보우덴과 결별하고 영입한 자원, 무조건 10승 이상을 기대하고 데려온 선수다.
시속 140㎞대 중후반대의 직구와 함께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전형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인 후랭코프는 마이너리그 통산 그라운드볼/플라이볼 비율이 1.40이다. 이 점에서 내야수비가 강한 두산은 총액 80만 달러에 후랭코프에 러브콜을 보냈고 손을 맞잡았다.
실제로 후랭코프의 공을 받아본 느낌은 어떨까. 후랭코프는 호주 시드니 두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뒤 꾸준히 불펜피칭을 해왔다. 첫 불펜피칭이던 지난 2일에는 30구를 던졌고 5일에도 40구를 뿌렸다. 조금씩 몸상태를 끌어올리면서 공에도 힘이 실린다. 주전포수 양의지는 “타자들이 쉽게 칠 공이 아니다. 제구도 수준급이다”고 평가했고 백업 박세혁도 “워낙 지저분한 공을 던진다. 똑바로 오는 공이 없다”고 박수를 보냈다.
불펜피칭에서 후랭코프는 다양한 변화구를 모두 시험해 눈길을 끌었다. 직구는 물론 스카우트 리포트에 보고된 싱커와 컷패스트볼, 커브와 체인지업을 모두 점검하면서 이강철 수석코치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코치는 “몸을 잘 만들어왔다.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아직 캠프 초반이지만, 위력적인 공”이라고 말했다.
후랭코프는 스스로도 땅볼유도형 투수라고 소개한다. 그는 “난 공격적인 투수다. 땅볼을 유도해서 내 뒤의 야수들이 처리하게 하는 유형의 투수”라며 “계약서에 사인한 뒤 두산 야수들에 대해 들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 특히 내야진이 아주 탄탄하다고 들었는데 기대된다”고 밝혔다.
캠프 초반, 후랭코프의 구질을 직접 확인하면서 김태형 감독의 조바심도 조금 풀어졌다. 그는 2018년 두산의 가장 큰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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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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