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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홈퍼니싱 진출… 성공 가능성은 '물음표'

입력 : 2018-02-05 19:13:51 수정 : 2018-02-05 19: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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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업계 7위 까사미아 인수
5년 내 매출 4500억원 목표
한정된 제품군·낮은 인지도
상위 업체 넘어설 전략 부족
사업 확장 많은 시일 걸릴 듯
[전경우 기자] 신세계가 최근 홈 퍼니싱(집 꾸미기) 분야에 진출했지만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감지되고 있다.

홈퍼니싱은 홈(Home)과 퍼니싱(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활용해 집안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3조원에 달한다. 백화점과 마트가 주력인 유통 재벌들은 근래 들어 규제 강화와 매출 증가폭 급락을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홈 퍼니싱’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신세계의 홈 퍼니싱 사업 진출은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2015년 신세계의 책임경영을 본격화한 후 첫 M&A(인수합병) 사례로 주목 받고 있지만 관련 업계는 ’빅딜‘로 보기에는 투자 규모가 작아 큰 반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기존 신세계와 이마트 관련 유통 채널에 납품을 하고 있는 중소 가구업체의 상황만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우려했다.

▲풀라인업 갖춘 B2B 브랜드의 부재

신세계는 최근 까사미아 주식 681만3441주(92.4%)를 1837억원에 인수했다. 까사미아는 2016년 기준 매출액 120억원, 영업이익 93억원을 올린 국내 가구 업계 7위 업체다. 신세계는 현재 72개 수준의 까사미아 매장을 5년내 160여개까지 확대해 현재 매출 1200억원대의 까사미아를 5년내 매출 45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10년 뒤에는 매출 1조원대 메가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장미빛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의 관측은 “어렵다”로 수렴되고 있다. 충분한 자금을 동원해 상위권에 있는 브랜드를 인수하는 게 최선인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하위권 업체인 위드미 편의점을 인수하며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도 빅3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지난 2013년에는 국내 아웃도어 업계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던 살로몬을 인수해 ’2020년까지 살로몬을 국내 10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급변하는 시장에 적응못해 2015년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이같은 과거 이력을 십분 감안한 평가인 셈이다.

까시미아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거실과 침실에 국한된 제품이 주력이다. 이는 신축 주택에 들어가는 빌트인과 사무용 가구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최근 국내 가구 시장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집안 전체의 분위기를 일체감 있게 맞추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주방과 욕실까지 같은 회사의 동일 디자인 라인 제품을 선호하며 유명 브랜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고객이 납득하는 브랜드 제품을 써야 분양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사들은 고가의 수입 주방 가구를 전면에 내세울 정도다. ’까사미아 제품을 시공했다‘는 소식이 아파트 분양때 내세우는 마케팅 포인트가 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어떤 브랜드로 싱크대와 붙박이장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주부들의 선호도가 달라지고 분양과 매매도 수월하다”며 “브랜드 선호도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샘 등 기존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B2B(기업간 거래)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일단 주방과 욕실을 아우르는 풀 라인업을 갖춰야 한다. 또한 소비자 인지도를 높여야 건축 업계의 ‘간택’을 받을 기회가 늘어난다. 유통 업계 경쟁사인 현대백화점 그룹의 현대리바트가 홈 퍼니싱 사업을 확대하며 거액을 들여 송중기를 모델로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미국 프리미엄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스 소노마와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실속형 온라인 전용 브랜드까지 홈퍼니싱 풀 라인업 진용을 꾸려 신세계 보다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 편입 이후 B2C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하며 생산 시스템 정비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왔다. 상품 라인업도 ‘리바트’를 중심으로 ‘리바트 키친’, ‘리바트 키즈’ 등 11개의 B2C 브랜드와 ‘리바트 빌트인‘, ’리바트 하움‘ 등 4개의 B2B 브랜드로 세분화해 신세계의 까사미아와 비교하면 전문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신세계 역시 현재 가정용 가구 중심의 B2C 위주 사업형태를 갖고 있는 까사미아에 홈 인테리어, B2B 사업, 브랜드 비즈니스 분야를 추가해 확장할 계획이지만,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공룡’ 이케아와 ‘토종 강자’ 한샘의 존재감

국내 가구업계는 외국계 이케아와 토종 브랜드 한샘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한국에 2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이케아는 2호점이 문을 열기 전인 2017년 회계연도(2016년 9월~2017년 8월) 실적 기준으로 365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이케아는 B2C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신세계는 ‘공룡’과 정면 도전을 선택했지만, 홈 퍼니싱 업계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롯데는 이케아 매장옆에 아울렛을 함께 출점하며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샘은 2016년 공시 기준 1조9345억원 매출을 올린 국내 가구 업계 1위 기업이다. 주방가구, 욕실용품, 침대, 소파에서 건축용 자재까지 홈 퍼니싱에 대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생산하고 유통도 한다. 한샘은 현재 전국 300여개 대리점과 대형 직영매장인 플래그샵 9개, 키친&바스 전시장 27개, 리하우스 전시장 10개, 온라인 몰 등 강력한 유통망을 자랑한다.

이들과 정면승부에 필요한 ‘전략 무기’는 신세계의 까사마아에는 아직 물음표다.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정도가 그나마 ‘비대칭 전력’인 셈인데, 부피가 큰 제품의 배송과 시공에 노하우가 필요한 홈 퍼니싱 업계에서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세계 관계자는 “인수 후 2주도 되지 않아 아직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B2B 강화는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정책의 일환이며 세부적인 사항은 확정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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