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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온라인 승부수'… 업계 반응 "글쎄"

입력 : 2018-01-29 18:46:11 수정 : 2018-01-29 18: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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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사업에 1조원 투자
게임 체인저 되기엔 턱없이 부족
소규모 온라인 커머스 인수 적합
맞수 롯데와의 싸움에서도 밀려
[전경우 기자] 정용진 부회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깜짝 놀랄 발표’의 실체가 결국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한 온라인 커머스 육성이라는 사실로 밝혀진 가운데, 정작 그가 목표로 잡은 ‘국내 넘버원(No.1) 이커머스 기업’이 될 가능성을 놓고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를 통해 이커머스 사업에 국내 최대 규모인 1조원 이상 투자 유치를 알리며 ‘국내 No.1 이커머스 기업’ 도약을 선언했다. 또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눠진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하고,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를 설립해 그룹 내 핵심 유통 채널로 육성한다는 각론도 내놨다.

신세계에 투자 의향을 밝힌 투자운용사는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 등 두 곳이다. 실제 투자가 진행된 것이 아닌 양해각서(MOU) 체결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팩트’다. 금융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자금은 빠른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어 중장기 투자에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신세계는 신규 자금 유치를 통해 이마트몰의 온라인 전용 물류 인프라를 조기 확충해 장보기 전용 온라인몰 위상 확대와 신세계몰의 프리미엄 패션몰 콘셉트 강화, 신규 사업영역 확대, M&A(인수합병) 등 전방위적인 경쟁력 향상을 주요 전략으로 설정했다.

신세계는 이번 MOU를 통한 대규모 투자와 이커머스 법인 신설을 성장 발판으로 삼아, 5년 후인 오는 2023년에는 지금의 5배 규모인 연간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그룹의 핵심 유통 채널로 성장시킨다는 복안이다. 일부에서는 신세계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온라인 공룡’ 탄생을 예고했고, 주가 역시 일시 급등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온라인 커머스 업계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1조원을 쏟아부어도 천지개벽할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SSG와 덩치가 크게 차이나는 경쟁 업체를 단시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프라인 인프라를 보유한 이마트가 온라인을 강화하는 것은 위협적”이라면서도 “다른 업체들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정용진 부회장이 편의점 사업에 3000억원을 투자해 업계 선발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천명했지만 아직 3위 업체인 롯데의 세븐일레븐조차 넘어서지 못한 점은 선행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업계의 반응이 미미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일단, 1조원의 자금은 애매한 금액이라는 평가다. 대규모 M&A를 시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8월 정용진 부회장이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 당시 온라인 사업에 운을 떼면서 의지를 내비쳤으나 인수에 실패한 11번가는 물론, 쿠팡·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를 손에 넣기도 모자라는 규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투자한 금액만 해도 1조원이 훨씬 넘는다. 신세계의 M&A 시나리오는 ‘마켓 컬리’ 같이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소규모 온라인 커머스 업체 인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세계가 대규모 M&A를 실현시키지 못하면 기존 SSG닷컴을 고도화하는 카드만 남는다. SSG닷컴은 이마트몰, 신세계몰, 트레이더스몰을 결합한 형태이고 오픈마켓인 G마켓이나 11번가와 달리 직매입을 통해 마진을 남기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변화가 빠른 온라인 커머스에서는 직매입과 오픈마켓을 합친 형태가 훨씬 유리한데, 오픈마켓 운영 경험이 없는 신세계는 이 부분에서 고전할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신설되는 법인의 인적 구성 역시 관건이다. 한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얼마 전 쿠팡과 생필품 가격 경쟁이 벌어졌을 때 조직이 비대한 대기업 특성 탓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기존 계열사 인원이 이동하는 형태이면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생필품과 신선식품 위주인 오프라인 대형마트 사업과 간섭을 일으켜 발생되는 ‘팀킬’ 현상도 정용진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미 국내 온라인 커머스 업계는 너나 할 것 없이 대형마트 취급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매출 증가 곡선이 둔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소셜커머스를 필두로 모든 업체들이 기존 오프라인 커머스의 텃밭을 빼앗아 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이마트의 추정 연 매출은 9조원 내외다. 신세계의 온라인 커머스 비중이 커질수록 이 부분에서 ‘마이너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마트의 매출 급감은 현장 인원의 대규모 실직 사태로 번질 우려도 있다.

이 밖에 네이버 등 플렛폼 사업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최근 온라인 커머스 상황도 신세계에는 불리한 부분이다. 신세계가 네이버 수준의 온라인 플렛폼과 회원 정보(DB)를 갖추려면 10조원이 있어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은 유통 업계 맞수인 롯데와 싸움에 한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롯데의 온라인 커머스 규모는 거래액 기준 약 8조원 이상으로 신세계보다 4배 이상 앞서 있는 상황이라 이 싸움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업계의 반응에 대해 “유통 업계가 미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이상을 보여주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1조원 이상 투자 의향은 확정됐고 연내에 신설법인 출범 후 실무 절차가 진행돼 실제로 자금이 들어오는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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