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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국장의 개발새발] 대한항공의 오만…출발 지연은 승객탓?

입력 : 2018-01-23 18:45:07 수정 : 2018-01-24 16: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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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밤 9시45분 방콕을 출발해 인천을 향해야 하던 대한항공 KE 658편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5시간 이상 지상을 뜨지 못했다.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즐기고 월요일 새벽에 도착해 업무에 복귀하려던 어떤 이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KE 658편은 우리 시각으로 22일 월요일 새벽 4시 30분 전후로 도착할 예정이었기에 잠깐의 피곤을 감수하더라도 일터로 곧장 향할 수 있다는 매력이 컸다.

비싼 요금이 들더라도 보다 안전하고 매끄러운 수속을 기대하며 국적기를 이용한 승객들은 허탈한 심정으로 귀국했다. 이들 모두 월요일 아침부터 지각 도장을 찍고 말았다.

항공사측은 지연의 가장 큰 요인을 승객 탓으로 몰았다. 일부가 탑승을 거부하는 바람에 더 늦게 출발하게 됐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자초지종을 정확하기 인지하지 못한 대다수 승객들은 ‘그들’만의 안내방송으로 인해, 탑승을 거부한 승객들을 비난했고 순식간에 이들을 ‘비행기도 못타 본 촌놈’이라거나 ‘자신들만 아는 이기주의자’ 등의 욕받이로 전락시켰다.

하지만 과연 대한항공의 주장대로 자신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던 이른바 ‘땅콩회항’은 무죄이고 기내결함의 정확한 원인을 말해달라는 승객의 항의는 출발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

실제 기내 몇몇 좌석 부근에서 뜨거운 열이 발생하고, 좌석 뒤편에 장착된 모니터가 켜지지 않는 등 이상한 조짐이 일어났다. 평소와 달랐을 법한 상황에 불안을 느끼는 건 거창하게 말해 생존본능 아닐까? 혹여나 과거에 비슷한 트라우마가 있다면 어땠을까?

사실 승객들은 탑승하면 대체적으로 착해진다. 비행기 출발 지연은 으레 있으려니 한다. 그래서 승객들은 1~2시간 지연은 잘 참고 기다린다. 당일 기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첫 지연은 탑승객 중 응급환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승객 중 환자가 발생했으니 의사를 찾는다는 방송이 나왔고 곧 응급조치가 이뤄졌다. 신속히 환자에게 좌석 재배치도 이뤄졌다. 이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이후 1시간이 지나도 비행기는 출발하지 못했다. 마침내 “비행기의 테크니컬한 결함으로 경고등이 뜨고 있어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 곧 출발하겠다”는 기장의 코멘트가 흘러나왔다.

결국 태국인 정비사가 기내를 오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기내 뒷좌석 부터였다. 50열(비행기 날개 인근) 왼쪽 부근의 온도가 점차 올라가면서 부채질을 하는 승객이 하나둘 늘어났다. 환풍구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나오면서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달아오르자 좌석에 발을 올리고 쭈그리고 앉는 승객까지 나왔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냐”는 승객들의 질문에 승무원들은 “위에 보고 하겠다”며 돌아갔으나 끝내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내 열기를 피해 앞칸으로 간 승객들은 당황했다. 비즈니스석은 시원하게 에어컨이 돌고 있었다. 그 곳에는 대한항공 태국 지점장이 탑승해 승객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2시간 동안 항공기에 문제가 있는데 지점장이 왜 얼굴을 안보이고 여기에 있냐”고 항의하자 지점장은 그제서야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화가 난 승객들이 과열의 원인을 따져묻자 지점장은 “이곳은 원래 덥다”고 답했다. 열기가 나온다는 곳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에 일부 승객들이 “계속 기내 결함 경고등이 뜨고 있다는데 뭐가 문제냐” “이대로는 불안하니 내리겠다”고 소리쳤다.

흥분한 승객에 대한 지점장의 대응은 의외였다. 승객을 안심시키기는 커녕 “승객이 내려도 짐까지 내릴 수 없다”며 “그래도 내리겠냐”고 되물었다. 마치 내릴려면 빨리 내리라는 투였다.

마침내 한 승객이 “나는 짐이 없으니 내리겠다”고 나섰고 10여명의 승객이 따라 내렸다. 그들 중에는 비행기 사고에 트라우마가 있던 30대 젊은 여자 승객과 월요일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 국립대학교 교수 일행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중 누구도 자신들로 인해서 이륙이 3시간이나 더 지연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리기를 결심한 승객들은 자신들이 빨리 내려줘야 나머지 승객들이 빨리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심지어 자신의 짐도 굳이 지금 내리지 말고 시간이 없으니 인천공항에서 나중에 찾겠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만약 이때 지점장이 탑승객이 내리면 반드시 그 짐도 내려야 하고 보안상의 문제로 승객 전원이 내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지체된다는 규정을 언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내리기를 요구했던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참고 자리에 앉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지점장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규정을 잘못 알고 있던 것이다. 특정인들의 수화물을 따로 내리고 하는 것 자체가 허용이 안된다. 결국 승객 일부가 기내에서 내리고 나서야 지점장은 상황이 걷잡을수 없게 치다르고 있는 걸 깨달았다. 그는 “규정을 잠시 착각했다”고 변명을 늘어놨다. 국내 최대 국적기가 오가는 인기 취항지의 지점장이 이토록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것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그의 경솔한 언행은 승객들이 내리는 과정에도 여전했다. “일부 승객이 내리게 돼 비행기가 더욱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 방송을 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에 급급해 했다. 정확한 팩트를 모른채 어떨결에 내린 승객 대다수는 탑승을 거부한 이들을 또 다시 비난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상황을 연출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점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대한항공에서조차 안전불감증이 만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고등이 뜨고 승객들로부터 기내에 알수 없는 이상현상이 접수됐으면서도 임시응변으로 대처하는 모습은 실로 경악에 가까웠다.

승무원을 포함한 400여명의 목숨을 실는 비행기인만큼 조그마한 흠결이라도 방치해서는 안된다. 자칫 큰 사고 이어진다는 것을 회사측은 절대 잊지말기 바란다.

세상은 한 사람의 호걸(豪傑)이 구하기도 하지만, 때론 구멍이 된 누군가에 의해 혼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사진설명= 21일 밤 9시45분 방콕발 대한항공 KE 658편 승객들이 장시간 지연의 혼란속에서 자리를 차고 일어나고 있다.

KE 658편 탑승구로 나온 승객에 대해 대한항공 직원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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