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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위크엔드스토리] "선수빨로 우승했다고?" 류중일 LG 감독이 직접 답했다

입력 : 2018-01-19 06:00:00 수정 : 2018-01-19 17: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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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지은 기자] “서울은 너무 복잡하네요, 하하.”

류중일(55) 감독이 LG의 사령탑이 된 지도 이제 108일째다. 한양대 재학 4년을 제외한 평생을 대구에서 살아왔던 류 감독에게는 분명 턱없이 짧은 시간. 하지만 웅녀가 사람이 되려 쑥과 마늘을 먹고 버텼던 시간도 백일이었던가. 푸른 피의 상징이었던 류 감독이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이제 더는 어색하지 않다. 잠실 홈에서 이천챔피언스파크(LG 2군구장)까지 운전해서 가는 길이 “막히면 한 시간 반이 걸린다”라고 투덜대는 모습은 영락없는 서울 사람이다.

◆ “LG 감독, 결심하는 데 하루밖에 안 걸렸어요”

류 감독은 삼성의 색깔이 강한 인물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표 팜인 경북고를 나왔고, 선수, 코치, 감독, 고문까지 삼성에서 야구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했다. 지난 10월 터진 LG와의 염문설이 야구팬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사실 제일 놀란 사람은 제안을 받은 당사자, 류 감독이었다. “당황스러웠다”라는 게 당시의 솔직한 심정. 류 감독은 “2017시즌을 마치고 기존 감독과의 계약이 끝나는 구단들을 보면, 그 자리에 다 임자가 있어 보였다. 2018년까지는 어디든 못 갈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LG가 감독을 맡을 의사가 있냐고 물어왔다. 당장 대답을 할 수 없어서 사흘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다”라고 돌이켰다.

그러나 결심을 세우는 데까지는 하루면 충분했다. ‘인생은 도전이다’를 모토로 살아온 류 감독의 가슴은 이미 뛰고 있었다. 생이별해야 하는 아내는 “꿈을 크게 가지라”고 했다. 형제들도 “가야 한다”고 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물어도 “네가 신바람 야구를 다시 일으켜라”라는 답이 나왔다. 짧지만 긴 하루를 보낸 류 감독은 망설임 없이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 밖에서 지켜본 LG, 안에서 들여다보니…

그동안 외부인으로 지켜본 LG는 ‘물음표’에 가까웠다. “왜 우승을 못 할까?”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왕조를 이끄는 적장의 입장에서 LG의 부흥은 위협이 될 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이 앞섰다. “수식어도 무려 ‘서울의 자존심’ 아닌가. 팬이 많은 인기팀이고, 원년부터 이름도 거의 바뀌지 않은 몇 안 되는 구단이다. 한국 야구가 발전하려면 LG가 야구를 잘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안에서 들여다본 LG는 사정이 좀 달랐다. ‘기본’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는 게 취임 3개월 차 내린 결론. 류 감독은 “LG가 그동안 리빌딩을 한다고 위를 치고 밑을 올려왔다. 역시나 아직은 경험 없는 선수들이 매우 많다”라며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팀이라고는 하지만 좌·우완 원포인트 1,2번, 2~4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추격조, 확실한 마무리 등 역할이 확실하지 않다. 야수 쪽은 주전감을 꼽기도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경험을 심는다면 괜찮은 그림으로 바뀌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선수를 과감하게 기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군 문제를 논하면서는 류 감독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선수가 군대에 가느냐 마느냐는 구단의 전략에 달렸다. 그 자리에 생긴 2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선수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빠지면 들어오고, 들어오면 빠져서 빈자리를 안 보이게 해야 한다. 입대 시기와 대체 선수 여부에 따라서 스카우트도 움직여야 한다. 만약 외야수가 하나 입대할 예정이라면, 그해 신인을 외야수로 뽑는 식이다. LG는 그런 부분에서 구단과 선수 사이 의사소통이 잘 안 됐던 것 같다.” LG는 오지환, 양석환, 안익훈 등 주전급 자원들이 아직 미필인 상태다.

◆ 삼성 '선수빨'로 우승했다? 류중일의 정면 반박

류 감독은 LG의 24년 묵은 꿈 ‘우승’을 위해 영입됐다. 2011년 선동열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퇴진으로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후 임기 첫해부터 통합 우승을 일궈낸 게 시작이었다. 이는 통합 4연패, 정규리그 5연패까지 이어지며 류 감독에게 우승 청부사의 이미지를 심었다.

하지만 이 업적은 쉽게 폄훼되기도 한다. 소위 ‘선수빨’로 쉽게 야구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2010시즌에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저력 있는 팀이었다. 전력이 불안정한 LG에서는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렇게 쉬이 평가절하되면서도 류 감독은 자신의 공(功)을 먼저 내세우지 않는다. ‘희생’이라는 가치가 우승팀의 DNA를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 김응용 감독에게 배운 교훈이기도 하다. “감독님이 ‘우승 후유증이 뭔 줄 아느냐’고 물어보셨는데 대답을 못 했다. 그때 해주신 말씀을 정말 많이 써먹고 있다”라던 류 감독은 “내가 잘해서 우승시켰다는 생각이 제일 위험하다. 우승은 감독, 코치, 선수, 프런트가 협력해야만 가능하다. 각자가 자기가 잘해서 우승했다고 하는 팀은, 질 때도 ‘네가 못해서 졌다’라고 비난한다. 잘한 건 네 덕, 못한 건 내 탓이라는 희생정신이 있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본인 귀에 들려오는 거품론은 물론 유쾌한 소리는 아니다. 류 감독은 “기분은 나쁘지만, ‘나를 시샘하는 친구들이 많구나’라고 생각한다”라며 여느 때처럼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외유내강’ 우승 감독의 자신감은 다음 대목에서 드러났다. “나는 그런 얘기에 ‘같은 재료를 가지고 나와 같은 맛을 낼 수 있느냐’라고 말하겠다. 재료를 똑같이 줘도 주방장이 어떻게 음식을 만드느냐에 따라 맛은 모두 다르다. 요리를 하는 건 감독의 역할이다. LG에서도 요리를 잘하겠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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