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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적장' 차상현 감독은 왜 오히려 김희진을 감쌀까

입력 : 2018-01-11 06:10:00 수정 : 2018-01-11 09: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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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지은 기자] “둘 다 얼마나 맘이 아프겠어요.”

지난 10일 한국도로공사와의 맞대결이 펼쳐진 장충체육관,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의 얼굴은 여느 때보다 어두웠다. 바로 레프트 표승주가 불의의 사고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 “11일에 재검사를 해봐야 명확히 나올 것 같지만, 재활보다는 수술로 갈 가능성이 크다”라며 주포의 시즌 아웃을 암시한 차 감독은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분명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표승주의 부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건 이미 직후에 확인됐다. 지난 6일 장충 IBK기업은행전에서 점프 후 착지 도중 네트 밑으로 넘어온 김희진의 발을 밟았고, 오른발목이 크게 꺾이며 코트에 쓰러졌다. 통증을 호소하던 표승주는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결국 들것에 실려 나왔다. 진단 결과 발목 인대 두 개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였다. 누구보다도 이 상황에 괴로워하는 선수에게 차 감독은 선뜻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어려웠다.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고 토닥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날 코트에서 무너졌던 선수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표승주의 부상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김희진이었다. 점프 후 발이 더 들어가는 찰나의 실수로 동료가 입은 치명적인 부상의 원인 제공자가 된 상황. 경기가 끝난 뒤에도 집중이 어려웠음을 고백했던 김희진은 그날 이후 표승주에게 거듭 사과하며 연락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끼리의 일과는 별개로, 팬들 사이에서는 김희진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차 감독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희진이에게 ‘킬’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상대 선수의 발이 넘어왔지만, 승주도 희진이도 다칠 수 있던 상황이었다”라는 것. 차 감독은 “희진이도 앞으로 계속 배구를 해야 하는 선수다. 이 선수가 좋은 경기를 해줘야만 우리 V리그도 더 발전할 수 있다”라며 “둘 다 마음이 아픈 상황이 아닌가. 나도 마음이 아프지만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이젠 그만했으면 좋겠다”라며 되려 김희진을 감쌌다.

GS칼텍스는 이미 이소영의 십자인대 파열로 ‘에이스’ 없이 시즌을 출발했다. 최하위로 처진 상황에서 이제는 듀크-강소휘-표승주로 구성한 삼각편대까지 무너졌다. 부상으로 또한 번 내 식구를 잃은 속 쓰린 상황. 하지만 차 감독은 ‘적장’이기 이전에 ‘배구 선배’였다. 이날 인터뷰에 나선 차 감독은 표승주의 부상에 관해 설명하는 만큼이나 김희진의 고의성을 해명하는 데 시간을 썼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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