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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10 18:49:51, 수정 2017-12-10 18:49:51

[차길진과 세상만사] 162. 행복의 기준은 뭘까?

  • 많은 사람을 만나다보면 소위 출세라는 꿈을 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소박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꿈을 갖고 있든 열정이 없으면 이룰 수가 없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새해에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 열정은 없으면서 그저 운만 바라는 것 같아 웃음으로 넘긴다. 반대로 열정은 넘치는데 누군가 자신의 의지를 꺾는다면 그 꿈은 어찌 될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원하는 꿈을 꾸어야 한다면 과연 행복한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제 딸이 S대에 합격할 수 있겠습니까?” 얼마 전 후암선원을 찾은 부부는 딸의 수능 예상 성적을 말하면서 내게 물었다. 부부는 성적으로 갈 수 있는 학교를 열거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성적보다 학생의 적성이다.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가 이다.

    부부와 얘기를 나누면서 수년 전 나를 찾아왔던 초등학교 동창과 그녀의 딸이 생각났다. 고3인 딸이 어느 날 갑자기 ‘만화가가 되겠다’며 대학에는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여 딸과 함께 나를 찾은 것이다.

    그녀의 큰딸은 의대에 진학하였고, 막내만 좋은 대학에 합격하면 걱정이 없는데 딸이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하니 어떻게든 설득시켜달라면서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만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찼던 딸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았던 모양이다. 당시만 해도 만화가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었고 그저 동네 만화가게 수준이었으니 부모로서 말리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만화가의 길을 걷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니?” 내 질문에 딸은 “일본에 가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오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이 될 겁니다”라고 답했다. 순간 딸의 눈에서 확고한 신념과 진실성을 발견한 나는 반대로 동창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원치 않는 대학을 보내지 말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대로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게 했으면 하는데….” 그러자 동창은 펄쩍뛰며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어떻게 해서든지 명문대학에 보내겠다’며 딸의 손을 잡고 후암선원을 나섰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 나는 딸을 만났다. 딸은 어머니의 소원대로 명문여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다시 만난 딸의 얼굴에서는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천부적인 끼와 재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만화를 다시 해보는 것이 어떻겠니?”라는 나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젠 옛날만큼 감각도 없고요, 잘 그리지도 못해요. 그때 후암선원을 나온 뒤 어머니의 강력한 설득에 만화의 꿈을 접었습니다. 괜히 제가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것 같아서요. 만약 그때 만화 공부를 계속했더라면 지금쯤은 멋진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어 있을 텐데….”

    나는 안타까움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만화가가 최고 인기 직업인 요즘, 대한민국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 하나가 사라진 것 같아서 말이다. 의욕을 상실한 딸을 바라보며 나는 조주선사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세상 끝일 것만 같아도 떠나고 보면 항상 또 하나의 세상, 또 하나의 생각, 또 하나의 마음이 있다는 말씀 말이다.

    우리 사회의 성공 기준은 무엇인가. 돈과 명예인가 아니면 행복인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져도 행복하지 않으면 어찌 성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행복이라 말하면서 스스로는 불행을 선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특히 부모가 자식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정도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연말이 되면 마무리를 잘하고 새롭게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도전의 끈을 단단히 묶는 사람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올해보다 나은 행복을 원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우일촌(又一村)’을 되뇌며 보다 큰마음을 품었으면 한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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