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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59. 운명의 법칙

입력 : 2017-11-28 18:55:36 수정 : 2017-11-28 18: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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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스티네이션’을 보면 죽을 운명인 사람은 그 순간을 피한다 해도 결국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고 비행기에서 내려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또 다른 사고로 차례차례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정말 운명의 법칙을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지난 1971년 12월 25일 아침, 서울 충무로의 대연각 호텔에 큰 화재가 났다. 화재는 1층 커피숍에서 시작해서 삽시간에 호텔 21층까지 번졌다. 호텔 화재 사건 중 당시 세계 최악이었다. 백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규모 인명피해는 전 세계인들을 경악시켰다. 후에 영화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대연각 화재사고. 대형 화재 속에서도 생존자는 있었다. 그는 죽지 않을 운명이었을까.

이듬해 청량리 대왕코너 건물에서 화재가 났고 대연각 호텔에서 살아남은 그 생존자는 사망했다. 화재도 아주 유사했다. 대연각 호텔의 경우처럼 프로판가스가 터지면서 발생한 화재였다. 대연각 호텔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대왕코너 화재사건으로 사망했으니 운명은 어찌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와 같은 예는 미국에도 있었다. 9.11 테러사건 당시 쌍둥이 빌딩이 붕괴되는 와중에서 살아남은 한 생존자가 몇 달 후 케네디 공항 출발 직후 뉴욕 퀸즈 부근에 추락한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사망했음이 밝혀졌다. 대형 참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생존자가 또 다른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사람들이 사전에 사고를 면하여 기적적으로 운명을 피해간 듯 보여도 대개는 운명의 법칙 안에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해진 운명이라 해도 꼭 그렇게 되지 않은 사건도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구사일생일지도 모른다.

1996년 모 일간지 기자가 찾아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이 사진 속의 남자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나를 향한 일종의 테스트였던 것. 나는 사진속의 남자에 대해 보이는 대로 말했다. “이 사람은 아버지가 안계시고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아직 미혼이나 어머니를 끔찍이 생각하는 효자로 얼마 전 다친 허리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께서 언제나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들고 온 사진 속 주인공은 20대 평범한 택시기사. 항상 어머니를 생각하며 안전운행을 하던 그에게 뜻밖의 사고가 발생했다. 어느 날 차량통행이 뜸해진 새벽녘에 차를 몰다가 50m 언덕 밑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추락 당시의 충격으로 척추를 비롯해 관절 곳곳이 상했고 출혈량도 상당했다. 그는 바닥에 고인 빗물을 마시며 6일 동안 사투를 벌이며 견디었다. 그가 추락한 지점은 대낮에도 인적이 드물고 일부러 아래를 내려다보기 전에는 아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하필 그 곳에서 화물차 전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순찰대가 출동해 현장을 조사하던 중 절벽아래 떨어진 차와 함께 사경을 헤매던 그를 발견했고, 병원으로 급히 호송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정말 천운이 아닐 수 없다. 오죽했으면 이 사건을 취재한 기자가 ‘도대체 어떤 운명을 타고났기에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살아날 수 있었는가’를 알기 위해 사진 한 장을 들고 나를 찾아왔겠는가.

그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던 것은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었다. 행방불명이 된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매일같이 정화수를 떠놓고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며 기도를 했다. 한마디로 어머니의 강력한 영혼의 힘이 그를 살린 것이다. 어머니의 기도는 죽음의 문턱에서 아들을 회생케 할 정도로 컸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어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듯 보여도 어머니와 자식을 잇는 영혼 속 탯줄의 힘은 기적도 만들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나에게 가장 강력한 영능력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바로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라고 말하고 싶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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