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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55. 세상사 마음먹기 나름

입력 : 2017-11-14 19:21:07 수정 : 2017-11-14 19: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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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가을 단풍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서울과 가까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소요산도 짙게 물들었다. 소요산에는 자재암(自在庵)이 있는데, 이 암자는 원효대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설화에 따르면, 원효대사가 파계 후 소요산 계곡에 작은 암자를 짓고, 정진하던 중에 어느날 비바람 속에 약초를 캐다 길을 잃었다며 여인이 찾아와서는 하룻밤 묵고 갈 수 있겠냐고 청했다.

허락을 받은 여인은 원효대사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대사는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생겨 갖가지 법이 낳은 것이니 마음이 멸하면 또 갖가지 법이 없어진다. 나는 이미 자재무애(自在無碍)의 경지에 이르렀도다”라고 말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다음날 관세음보살의 진신을 친견해 자신을 유혹했던 약초 캐는 여인이 관세음보살의 화신이었음을 깨달은 원효대사. 그는 그 곳에 절을 짓고 자재암(自在庵)이라 했다 한다.

그런데 자재암 말고도 신륵사, 심원사, 화방사, 용문사 등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사찰이 많다. 그 수만 해도 무려 57개다. 원효대사께서 이 많은 사찰을 과연 직접 창건했을까, 언제나 이론보다는 실천을 중시했던 원효대사가 교통 불편한 그 옛날 어떻게 이 많은 사찰들을 창건하실 수 있었을까 의문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대부분의 사찰이 처음부터 큰 것은 아니었다. 원효대사는 작은 암자에 잠시 머물다 암자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서둘러 길을 떠나려했고, 수많은 불자들이 이를 말렸을 것이다. 그리고 사찰의 모습으로 창건할 때 제자들은 큰스님의 이름을 내새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진퇴(進退)의 도로써 홀연히 새벽길을 떠난 원효대사의 발길이 머문 자리마다 57개의 사찰들이 창건될 수 있었다.

이렇듯 불교계에 지대한 영향을 준 원효대사의 사상은 학계에서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다’는 원효대사의 주된 사상의 연구중심지는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다. 그것은 원효대사의 많은 제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사상의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일본에서 원효대사의 사상 연구가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되었을 뿐더러 그 입지 또한 탄탄해 만약 원효대사가 일본에서 태어났다면 세계에는 4대 성인이 아니라 5대 성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할 정도다.

‘평등 속에 차별이 있고 차별 속에 평등이 있다’는 원효대사의 큰 사상은 부처와 범부는 그 본질은 똑같으나 엄연히 부처와 범부는 차별되어야 한다고 풀이된다. 이를 풀어 말한다면 동창생이라는 본질은 평등하나 한 사람은 장관이 되고, 한 사람은 하급공무원이 되며, 형제라는 본질은 같지만 쌍둥이라 할지라도 같을 수는 없고, 남녀 역시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평등하나 성별이라는 차별이 있게 마련이다.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사상. 선악이 둘인 것 같으나 결국 하나이고, 남녀가 둘이면서 하나인, 또 극락과 지옥이 둘인 듯해도 이 또한 하나라는, 양극이면서도 하나로 귀결되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원효대사는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경남 밀양에 있는 표충사를 방문했다. 후암회원과 함께 찾은 표충사 역시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표충사가 있는 재약산은 옛 이름이 황록산이다. 어릴 적 황록산을 찾아가야 한다는 인정상관님의 예언을 듣고도 젊어서는 그곳이 어디인지 몰라 부산의 목욕탕에서 잠시 일을 하며 잊고 있었다. 그러다 몇 년 전에야 황록산이 재약산임을 알고 표충사를 찾기 시작했다.

말년에 머리를 길게 기르고, 스스로를 소성거사라고 부르며 파격적인 설법을 했던 원효대사. 세상사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진리를 대중과 함께 했던 원효대사의 사상을 나 역시 작은 외침으로 주창하는 것도 아마 같은 인연이 아닌가 한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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