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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1-14 05:20:00, 수정 2017-11-14 05:20:00

[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그란데 코치, 노인은 결코 지지 않았다

  •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홀로 나선 노인은 배보다 더 큰 청새치와 사투를 펼친 끝에 낚는 데 성공한다. 배에 매달아 항구로 돌아온 그 노인에게 남은 것은 앙상하게 뼈만 남은 청새치이었다. 허망하게 바다를 바라보던 노인은 이렇게 외친다. “지지 않았다.”

    세계적인 소설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인 노인은 베테랑 어부였지만, 늙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시를 당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청새치와 사투를 펼친 그 시간은 오롯이 그의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존재 가치를 느낀다. 축구판도 노익장이 등장했다. 무너져가던 대표팀을 단숨에 일으켜 세웠다. 바로 토니 그란데(70) 코치이다. 그가 더 인정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코치’라는 자신의 임무에 맞게 자신을 철저하게 낮추고, 신태용(47)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손일지언정, 바다보다 드넓은 존재가치가 펼쳐졌다.

    지난 12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훈련을 진행한 울산종합운동장. 현장에 도착한 취재진은 대한축구협회 홍보담당 이재철 과장에게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했는데, 그란데 코치 인터뷰 한 번 합시다”라고 요청했다. 앞서 이미 3~4차례 그란데 코치 인터뷰를 요구했던 터다. 그런데 이 과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일단 요청해볼게요”라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양해해달라고 하십니다”였다.

    그란데 코치는 한국 축구대표팀 코치 선임 후 입국장 인사 외 언론 매체를 통해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는 모두 협회 관계자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그란데 코치가 인터뷰를 피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바로 코치라는 이유이다.

    일각에서는 협회 측과 협상 과정에서 그란데 코치가 감독직을 원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협회 관계자는 “절대 사실무근”이라며 “그라데 코치는 코치라는 자신의 역할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콜롬비아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그란데 코치 역시 인터넷 댓글에서 어떤 말이 떠도는지 인지하고 있다”며 “그래서 더 조심하고, 철저하게 코치 임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참 대단한 코치 같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전에서 그랬다. 이 과장은 “콜롬비아전에서 그란데 코치님과 함께 관중석에 있었다. 손흥민이 골을 넣고 모두 좋아하고 있는데, 그란데 코치는 그 와중에 메모에 열중하고 계시더라”며 “하프타임에 라커룸에 들어간 그란데 코치는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을 명료하게 딱 짚어주고 나오더라. 정확하게 코치의 임무를 수행하고 계신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란데 코치는 70세로 신 감독보다 23살이 많다. 흔한 말로 아버지뻘이다. 하지만 그란데 코치는 냉철하게 자신의 역할과 임무에만 집중하고 있다. 선의 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인 셈이다. 그래서 더 인정받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에는 ‘복덩이’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 축구에는 이처럼 자신의 자리를 철저하게 지키는 ‘노익장’ 지도자가 없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감독을 해야하고, 감독을 하고나면 임원을 해야하는 ‘당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유소년 만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아니다. 그란데 코치처럼 70세에도 코치로서 인정받는 지도자가 더 많이 나와야 한국 축구의 풀뿌리도 단단해진다. 축구인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볼 사안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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