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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1-12 18:56:30, 수정 2017-11-12 18:56:30

[차길진과 세상만사] 154.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알아야

  • 11월이 되면 사람들은 단풍을 생각하지만 나는 긴장을 하게 된다. 대학수능시험 성적 비관으로 아까운 청춘을 버리는 수험생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다. 구명시식을 하다보면 고3, 재수생영가들이 많은데 대부분 수능을 전후로 자살한 영가들이다. 그들은 과도한 부모님의 기대와 성적 비관으로 너무도 쉽게 목숨을 끊었다. 죽음으로 몰 정도로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결국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말았다.

    대부분 교복을 입고 나타나는 수험생영가들은 영계에서도 여전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죽어서도 편치 않은 상태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부모들에게 당부한다. 수험생 자녀 때문에 아무리 속이 상해도 “그렇게 공부할거면 나가 죽어.” “우리 같이 죽자.” 따위의 극단적인 말은 제발 하지 말라고. 홧김에 한 말이지만 염(念)이 전달되고 그런 말이 쌓이고 쌓이면 진짜 죽음을 불러올 수도 있다.

    자살한 학생 영가들 대부분은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은 자신을 미워하거나, 골칫거리인 자신만 없어지면 다른 가족들이 행복해질 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우울증에 비관하다 자살로 존재를 확인받고자 하는 심리와 복수심까지, 정말 복잡한 이유로 자살하지만 엄연히 자살은 부모에게 씻을 수 없는 한을 남기며 영계에서는 최고형의 범죄로 처벌받는 중죄다.

    전주에서 올라온 자매가 남동생을 위해 구명시식을 청했다. 자매의 아버지는 행상을 하며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3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킨 사람이었다. 대학생 한 명의 학비 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행상으로 세 자녀를 졸업시켰으니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지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런데 아들이 그만 자살을 한 것이다.

    “동생이 공무원시험에 5번 떨어졌어요. 공무원이 안 되면 다른 길도 있는데 왜 죽었는지 모르겠어요.” 남동생은 5번째 공무원시험에서도 낙방하자 차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누나 집에 있다가 목숨을 끊었다.

    구명시식을 하자 그 이유가 드러났다. “아버지가 저희 때문에 행상하는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공무원이 되면 정말 효도하려고 했는데.” 동생영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는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었다. 아파도 거리로 나가 돈을 벌어야 삼남매를 대학에 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행상은 힘들었다. 남들에게 더 허리를 굽히고 궂은일을 당해도 자식들을 생각하며 웃으며 참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온 아들은 하루 빨리 공무원이 되어 아버지가 행상을 그만 두고 집에서 편히 쉬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자 부모에게 효도하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 그만 스스로 세상과 이별하고 만 것이다.

    “꼭 공무원이 되어야만 효도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나는 영가를 달랬다. 만약 그가 공무원 시험 준비 대신 다른 길로 나갔다면 그렇게까지 삶을 비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한 생각만 바꾸면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지 못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청년영가를 영계로 보내며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지난 14년간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무려 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살기는 예전보다 좋아졌는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 어려울 때도 꿋꿋하게 살았는데 그때보다 정신력은 더 약해졌다할 것이다. 살다보면 실수는 삶의 과정일 뿐이고, 진정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면 세상은 또 한 마을이 있음을 알게 된다. 다만 늦게 깨닫는 것이 문제다.

    자살을 선택한 영가들에게 물어보면 다음 생에는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말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가 않다. 현생에서 업장을 녹이지 않는 한 내생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한 것이다. 실수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그 실수를 통해 정신적 성숙을 이룰 수 있음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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