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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곽경택 감독 "영화감독은 최고의 직업… 폼으로 하면 안 돼"

입력 : 2017-10-19 11:20:30 수정 : 2017-10-19 11: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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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친구’ ‘극비수사’로 현실적인 소재와 인간적인 캐릭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곽경택 감독. 1997년 영화 ‘억수탕’으로 충무로에 첫 데뷔를 알린 이후 20년간 꾸준히 작품을 선보였다. '친구’ ‘똥개’ ‘사랑’ ‘통증’ ‘극비수사’ 등 다양한 이야기로 관객을 즐겁게 했다. 이젠 곽경택이란 이름 자체가 브랜드다.

곽 감독이 이번엔 미스러리 스릴러 장르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희생부활자’는 전 세계 89번째이자 국내 첫 희생부활자(RV, Resurrected Victims) 사례로,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김해숙)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김래원)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한국에서 본 적 없는 소재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곽 감독의 뚝심과 무한한 상상력이 엿보인다.

여기에 콧등이 시큰해지는 감동 코드도 넣었다. 한국인의 정서를 관통하는 감정을 담은 묵직한 드라마에서 탁월함을 보여온 만큼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도 이를 접목했다.

-영화는 만족스러운가.

“언제나처럼 후회투성이다.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영화 두 편이 망하면 충무로에서 아웃이었다. 다행히 ‘친구’가 잘 돼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희생부활자’는 저에게 도전이다. ‘감독이 고통스러워야 영화가 재밌다’라는 생각으로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됐다.

-러닝타임은 91분이다. 요즘 영화들의 러닝타임이 120분 내외인 것과 비교해 30분가량 짧아서 좋다.

“원작 소설 ‘종료되었습니다’가 가진 몰입감과 빠른 전개를 위해 과감히 편집과정을 거쳤다. 처음에는 RV와 모자간의 정 외에도 RV라는 것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한강에서 누가 죽어도 신경 안 쓰는 부분이나 검찰, 경찰, 국정원 세 수사기관의 부딪힘 등 말이다. 그리고 과학적인 부분을 담아내고 싶었는데 모니터 시사를 하고 보니 관객에게 어렵게 다가가더라. 그래서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느낀 몰입감과 스피드를 생각하며 편집은 하게 됐다.”

-김해숙, 김래원 두 배우의 연기가 대단하다.

“김래원이 먼저 캐스팅 됐고 그 다음 김해숙 선생님 캐스팅이 확정 됐다. 아주 마음이 든든했다. 이 분들 밖에 못했을 연기다. 특히 김래원이 아주 어려웠을 거다. 계속 당황하고 놀라고 헷갈려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고민을 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아주 작은 장면 하나도 철저히 연습을 하더라. 김해숙 선생님은 대단하다. 모성애, 복수의 화신 등 다양한 모습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RV를 표현함에 있어서 서양의 좀비와 동양의 귀신 중 어떤 모습을 더 참고했나.

“저는 좀비 세대가 아니라 ‘전설의 고향’ 세대다. 그래서 좀비는 좋아하지도 않고 잘 모른다(웃음). RV의 외형을 좀비냐, 귀신이냐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죽은 사람이 되살아온 이유가 한이더라. 그럼 이건 귀신이다 싶었다. 그래서 여자 꼬마에게 그런 느낌을 줬고, 채내발화나 비와 상반되는 불의 이미지 등을 결합했다.”

-초반 몰입감이 좋다. 후반부엔 슬픈 모성이 와닿는다.

“성동일 선배가 이런 말을 하더라. 반농담으로 ‘RV를 가지고 사회현상이 아닌 모성으로 푸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완벽한 합이다’라고. 맞는 말이다. 저 역시 두 주인공의 관계가 연인이나 또 다른 관계였다면 영화화하지 못했을 거다. 원작에서 아들과 엄마 관계로 포지셔닝 돼있었기에 관심이 갔다.”

-김민준은 조선족 범죄자로 등장한다. 최근 조선족이 범죄자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미안하다. 동포들을 나쁘게 그리는 것은, 이미 선택한 입장에서 핑계지만 차이나타운이 갖고 있는 이질감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김민준은 주연을 하는 배우다. 조연을 맡기기 미안하더라. 일단 김민준과 인연은 영화 ‘사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민준 쪽에서 연락이 왔다. 단역이라도 좋으니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고. 그래서 치권이라고 나쁜 놈 역이 있는데 괜찮으냐고 물으니 하겠다고 하더라. 참 잘해줬다. 이번에 김민준이 맡아준 역할은 존재감이 있는 배우가 연기를 해줬어야 했다. 래원이와 육체적으로 맞붙는 상대이기에 덩치도 있어야하고 인지도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더라. 고민하다가 민준이 촬영현장을 찾아가서 ‘조선족판 치권’을 해주면 안 되겠냐고 말을 꺼냈죠. 재미있겠다며 흔쾌히 수락했고 즐겁게 찍었어요. 워낙 현장에서 매너가 좋고 유쾌한 친구다.”

-측근이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하면 찬성할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을 하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이렇게 재밌는걸 어떻게 안 하고 사나. 최고의 일이다. 다만 영화감독을 폼으로 하면 안 된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거든. 감독은 인내력도 필요하고 누군가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하는 사람이다. 안 그러면 100전 100패다”

-20여년 동안 영화를 위해 살았다.

“이 일을 하면서 참 많을 일들이 있었다. 송사에 휘말린 경험도 있고 ‘친구’ 때는 제가 조폭과 연관된 것 처럼 뉴스가 나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실패는 친구다’라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 항상 실패할 각오를 하고 벗어나려 달려가야한다. 생각해보면 데뷔 동기 감독들, 저보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감독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젠 또래 감독이 몇 안 남았다. 저를 포함해 아직 남아있는 감독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남들보다 덜한 사람들이라 그런 것 아닐까.”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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