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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KFA, 컨트롤 타워 없으니 마스터 플랜도 없다

입력 : 2017-09-30 05:20:00 수정 : 2017-09-30 10: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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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일단, 만나서 해결하겠다. 일단, 선임하고 준비하겠다. 일단, 결과를 지켜보겠다.”

대한축구협회가 내놓은 대책마다 모두 ‘일단’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최근 풍파를 몰고 온 거스 히딩크 전 감독 건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감독 선임, 그리고 협회 임직원 업무상 배임 및 사기 혐의에 대한 사안까지 혼란의 정국이다. 협회 안팎에서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협회는 소극적이고 근시안적인 행보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적극적이고 디테일한 위기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사안의 결정적인 문제점이자 대한축구협회의 최대 취약점인 콘트롤 타워 부재가 뼈아프다. 컨트롤 타워가 없으니, 당연히 마스터 플랜도 없다. 정몽규 협회장을 포함해 수뇌부의 소극적인 행보가 아쉽기만 하다.

우선 거스 히딩크 전 감독 건을 살펴보자. 김호곤 협회 기술위원장은 지난 26일 2017 제7차 기술위원회를 개최한 뒤 브리핑에서 “일단 10월7일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히딩크 전 감독과 직접 만나 어떤 포지션을 원하시는지 의견을 묻고, 차후 정리하겠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오류가 있다. 협회는 이미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신태용 감독 체제로 가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그렇다면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서 맡을 수 있는 직책은 극히 제한적이다. 사실상 24시간 대표팀과 동행해야 하는 단장직이나, 기술위원장직은 어렵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히딩크 전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테크니컬 디렉터 또는 기술 고문이 전부이다.

협회가 이미 나아갈 방향을 모두 결정해 놓고, 굳이 히딩크 전 감독에게 원하는 포지션을 묻는 이유가 궁금하다. 히딩크 전 감독이 돌연 ‘감독직을 원한다’고 상황을 가정하자. 반대로 그가 ‘현재 흐름으로는 한국 대표팀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다’고 답변을 한다면, 협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어떠한 대응 시나리오도 준비하지 않은 협회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협회는 히딩크 감독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 대화를 나눌지 정확하게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26일 기술위원회 개최 현재까지). 협회의 행보는 팬들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전시 행정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협회가 팬들의 등을 돌리면서까지 신 감독 체제를 강력하게 결정했다면, 신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방안에 대한 연구가 이미 시작됐어야 한다. 그 말로만 힘을 실어줄 것이 아니라, 결과물로 증명할 수 있는 마스터 플랜을 세워 한다. 또한 히딩크 전 감독으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이미 시나리오가 만들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컨트롤 타워 부재가 여기서 드러난다.

김봉길 감독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선인 건도 마찬가지다. 협회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맡아줄 지도자로 김 감독을 낙점했다. 김 감독은 K리그 클래식에서 ‘봉길 매직’을 이끈 능력을 검증받은 지도자이다. 그에게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번 선임과 관련해 결정적인 부동시(不同視·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굴절이 다른 증상을 뜻하는 의학용어)를 해결할 시나리오가 있느냐는 것이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이끌 주력 선수를 추려보자. 일단 해외파 중에는 황희찬(21·잘츠부르크) 이승우(19·헬라스 베로나) 백승호(20·페랄라다) 이진현(20·빈) 서영재(21·함부르크 SV II)가 꼽힌다. K리거 중에는 김민재 장윤호(이상 21· 전북) 황현수(22) 황기욱(21·이상 서울) 황인범(21·대전) 한찬희(20·전남) 우찬양(20·포항) 한승규(21) 서영재(22·이상 울산)가 유력하다. 여기에 와일드카드로는 러시아월드컵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손흥민(25·토트넘)이 유력하고, 여기에 미드필더 권창훈(23·디종) 이찬동(24·제주) 권경원(25·텐진)이, 골키퍼 중에는 김동준(23·성남) 이창근(24·제주)이 거론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김 감독과 이들 사이에 접점이 없다. 보통 연령대별 감독을 선임할 때는 주력 선수와 접점이 있는 지도자를 선임하게 마련이다. 앞서 고 이광종 감독은 연령대별 대표팀을 쭉 거치면서 선수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알았고, 이에 약점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팀 약점을 보강했다. 덕분에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김 감독은 선수 장단점 파악에만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령대별 대표팀 주력 선수는 차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소집 훈련을 하는 것도 힘겨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협회가 김 감독을 낙점했을 때는, 의문점을 지울 수 있는 마스터 플랜을 동시 연구했어야 했다. 선수단과 접점이 없는 김 감독이 하루라도 빨리 선수를 파악하고, 또한 전술을 구상할 수 있는 계획이 동시에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협회는 이 부분은 생략한 채 우선 선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양새이다.

비리를 저지른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처리도 지지부진하다. 물론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쉽게 이들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이들은 이미 협회와 한국 축구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징계의 대상이다. 하지만 협회는 이와 관련해 모든 경찰-검찰 조사가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주성 심판운영실장, 황보관 기술교육실장은 현재 협회에서 실무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이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리를 비워둔다면 그만큼 업무 처리가 불완전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대한축구협회가 처리하는 업무마다 잡음을 내는 이유는 수뇌부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이다. 협회는 정몽규 협회장을 필두로 김호곤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 이용수 부회장 등 6명의 회장단이 존재한다. 그리고 22명의 이사진이 있다. 즉, 임원만 30명에 가깝다. 30명에 가까운 리더들은 한국 축구가 이렇게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왜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는지 답답할 뿐이다. 누군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주도하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는 계속 퇴보할 수밖에 없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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