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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9-28 05:28:00, 수정 2017-09-28 09:52:26

[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산으로 가는 VAR… 허투루 노젓는 연맹

  •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상대 선수를 발로 찼지만, 고의가 아니었다. 그래서 반칙이 아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클래식에 전격 도입한 비디오 판독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eree)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VAR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는 심판의 판단과 연맹의 대처가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맞대결이 펼쳐진 지난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상황은 전반 18분 45초경이었다. 서울 신광훈이 공격진영 오른쪽에서 페널티박스 정면에 위치한 이상호에게 공을 살짝 띄워 패스를 했다. 바운드 된 공을 이상호가 잡는 과정에서 포항 미드필더 무랄랴와 충돌했다. 심판은 이 장면을 두고 이상호의 과장된 행동이라는 제스처와 함께 인플레이를 선언했다.

    이 장면을 두고 스포츠월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문의했다. 연맹 측은 “VAR 레프리에서 비디오 판독을 건의했는데, 주심이 이 장면을 정확하게 확인했다고 전달했다”며 경기 중 VAR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심판위원회 평가에 따르면 “터치가 한 차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랼라의 발은 공을 향한 것이었고,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상호가 쓰러진 것은 무랼라와 충돌한 이후였다. 이상호가 반칙을 얻어내려고 일부러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의문점이 발생한다. 애초 신광훈이 패스를 전달했을 때 먼저 공을 트래핑한 것은 이상호였고, 이후 트래핑한 공의 방향으로 이상호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돌했다. 그리고 무랼라의 발과 무릎이 이상호의 무릎과 허리를 두 차례 터치했고, 이후 이상호가 진행 방향으로 이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무랼라의 움직임에 고의성 여부는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고의 여부를 떠나 규정상 금지된 부위를 가격했다면, 판정의 대상이 된다. 또한 누가 먼저 공을 선점했고, 이 과정에서 진로를 방해했느냐 여부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런데 연맹 측은 이를 생략했다. 가령 수비자가 고의는 아니지만 태클의 타이밍이 늦어 공격자의 발을 걸었다면 반칙이다. 고의성은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장면을 두고 ‘올바른 VAR’의 예를 들어보자. 페널티박스 내부에서 분명 충돌이 일어났고, 충분히 반칙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휘슬을 분 뒤 VAR을 통해 살펴보는 것이 맞다. 실제 수비자의 반칙이라면 페널티킥을 선언해야 하고, 심판운영진의 의견대로 반칙을 유도하기 위한 헐리우드 액션이었다면 공격자에게 옐로우 카드를 줘야 한다.

    전반 31분에도 마찬가지다. 신광훈이 수비진영에서 공을 걷어내기 위해 태클을 했다. 이 과정에서 포항 이광혁과 충돌했다. 두 선수 모두 공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걷어내고 차지하기 위한 충돌이었다. 이때 주심은 신광훈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장면을 다시 확인하면, 두 선수 모두 공을 향해 뻗었고, 이 과정에서 어떠한 충돌도 없었다. 이광혁이 넘어진 것은 공이 날아간 이후 신광훈의 몸에 이광혁의 디딤발이 걸려 넘어진 것이다. 과연 이 장면이 옐로카드까지 받을 상황인지 궁금하다.

    같은 예로 지난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제주전. 후반 중반 수원 매튜가 바닥에있는 공을 걷어내는 상황에서 제주 윤빛가람이 무릎 높이로 발을 들어 태클을 했다. 이 상황을 두고 조영증 연맹 심판위원장은 “발이 높았지만, 블로킹을 위한 태클이었고, 매튜가 넘어진 것은 태클 이후 충돌 때문”이라며 “굉장히 좋은 태클”이라고 평가했다. 두 장면을 비교하자면 똑같이 태클 과정에서는 충돌이 없었고 이후 충돌이 발생했는데, 하나는 굉장히 좋은 태클이 된 반면, 다른 한 태클은 옐로카드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전북-대구전 ‘VAR 논란’ 역시 연맹이 맥을 완전히 잘못짚고 있다. 현재 전북-대구전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대구 골키퍼 조현우의 골킥으로 향하고 있다. 이 골킥이 공격의 시발점인가 여부와 비디오 판독 적용 대상 여부, 두 가지가 쟁점이다. 냉정하게 말해, 이 두 쟁점만 두고 논의를 한다면 연맹 측의 주장이 맞다. 스포츠월드가 직접 확인한 결과 조현우의 골킥은 분명히 공이 구르고 있는 상태였다. 수년 동안 리그가 진행되면서 단 한 번도 골키퍼의 골킥이 문제가 된 사례가 없는데 굳이 이날 이 장면을 꼬집었는지 알 순 없지만, 어쨌든 공은 구르는 상태였다. 또한 주심이 조현우의 골킥을 공격 시발점이라고 판단했다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공격의 시발점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심판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 규정이다. 전북 선수의 한 차례 터치 있었더라도 말이다.
    이와 별개로 치명적인 문제는 이 논란 여부에 앞서 선행해야 할 과정을 생략했다는 점이다. 이 장면의 가장 큰 실수는 ‘애초에 심판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선심이 이를 확인했지만, 주심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심판진의 커뮤니케이션도 잘못됐다. 즉 이날 심판진은 한 장면을 두고 두 번이나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다. 결국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 VAR을 실행했고, 그 때문에 현재의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애초에 지적했다면 골이 들어가는 상황까지 가지도 않을 사안이었다. 그런데 연맹과 심판위원회 측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 VAR이 정당하다는 것만 주장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VAR 자체가 아니라, 심판의 최초 실수와 이후 연맹의 대처인 셈이다.

    심판진과 연맹은 VAR 논란에 대해 논하기 이전에 대구의 억울함을 해소시켜 주는 것을 선행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 장면은 심판의 부주의가 불러온 참극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대구 측에 사과하거나, 공식적으로 잘못은 인정해야 한다. 심판을 징계했다고 해서 그것이 사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심판의 실수가 연맹의 잘못은 아니지만, 대구의 억울함을 보듬어줘야 하는 것은 연맹의 역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판정에 대한 설명을 축구계 종사자가 이해할 수 없는데, 과연 팬들은 납득을 할까”라고 반문했다. 선수도 구단도 팬도 ‘납득’할 수 없는 VAR 시스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VAR의 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를 자처한 것도 결국 이들이다.

    프로축구가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K리그 무대가 펼쳐지는 궁극적인 목적은 팬을 즐겁게 하고 팬을 끌어모아, 그 과정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VAR를 실행하는 것도 팬의 즐거움을 배가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데 VAR의 덫에 걸려 진정 선행해야 할 판단이 흐려진다면, 팬은 그라운드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굳이 VAR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VAR은 오심을 바로잡기 위한 수단이다. 결코 심판의 실수를 해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KBS, MBC SPORTS+ 중계방송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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