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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요지부동' KFA, 왜 히딩크와 직접 소통하지 않나

입력 : 2017-09-19 05:15:00 수정 : 2017-09-19 09: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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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시도하라. 대담한 시도는 그 내부에 천재를 가지고 있고,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거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혼란에 빠진 한국 축구에도 가장 절실한 단어가 바로 ‘행동’이다.

‘히딩크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거스 히딩크(71) 전 감독의 말 한마디를 두고 각각의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축구 민심은 그를 감독으로 모셔와야 한다며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요지부동이다.

협회가 히딩크 논란에 관해 무반응 전략을 내세운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우선은 신태용(47)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히딩크 감독을 영입할 수 없는 자금력에 있다.

협회의 입장은 냉정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러나 팬들이 바라는 것은 냉정보다는 열정, 현실보다는 이상에 있다. 스포츠가 전달하는 추상적인 메시지 역시 열정과 이상에 가깝다. 물론 협회가 팬들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업무를 처리할 순 없지만, 팬들이 원하는 열정과 이상에 대한 해답은 내놓는 것도 협회가 수행해야 역할 중의 하나이다. 국제대회를 치를 때마다 대표팀의 슬로건으로 Fervor, Passion(이상 열정), Dream(꿈, 이상) 등의 단어를 내세우면서, 진정 팬들이 원할 때는 현실을 차갑게 내세우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현재 팬들이 협회에 가장 실망하고 있는 이유는 ‘감독직 영입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방패막이를 내세워 ‘열정과 이상’에 관한 어떠한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히딩크 감독은 최근 유럽 현지 기자회견에서 감독직을 하겠다, 또는 하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명확하지 않은 그의 한마디는 또 논란을 불러왔다. 자, 그렇다면 협회가 직접 히딩크 감독과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통해 그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은가. 협회 능력으로는 ‘희동구’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감독과 직접 연락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가 존재하는지도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그의 기자회견 멘트를 해석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그가 진정 월드컵 대표팀 감독직을 원한다면, 한국 축구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곁들여 협상하면 된다. 가령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월드컵 본선뿐만 아니라 2019 UAE 아시안컵까지 맡아주길 원한다고 요구하거나, 월드컵 본선 감독직을 부여하되 신태용 감독의 성장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모해주길 원한다는 등 다양한 방법을 논의해 협상하는 것이다. 협상 성사 여부를 떠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더 좋은 방향을 설정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명장과는 협상 테이블 자체도 차리기 힘든 협회 입장에서 협상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는 문을 왜 들어서려 하지 않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알려진 대로 그가 미국 방송사 월드컵 해설 위원직 때문에 감독직이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면 된다. 그 역시 기자회견에서 조언자에 가까운 역할은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감독이 아닌 고문(顧問) 역할을 맡겨 세계 축구계 네트워크가 좋은 그의 조언을 듣는 것도 월드컵을 준비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이다. 협회는 비리 혐의를 받는 조중연 전 축구협회장에게도 최근까지 고문직을 맡겼으면서,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에게는 왜 이리 소극적일까.

이러한 움직임은 결코 신 감독의 힘을 뺏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수렴해야 한다. 오히려 협회의 무반응 전략이 신 감독을 더 곤경에 빠트리는 일이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성공만 생각하며 단계를 밟아가겠지만, 실패를 대비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다. 자, 만약 러시아월드컵에서 실패한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나. 브라질 월드컵 때처럼 홍명보 전 감독이 모두 뒤집어쓰고 떠나면 그만인가. 당시 기술위원장을 맡았던 황보관 전 위원장은 월드컵 직후 사퇴하는듯 했지만, 소리소문없이 협회 기술교육실장에 올라 최근까지 협회의 녹을 먹었다. 협회를 향한 불신을 스스로 만들었다. 허정무 월드컵 대표팀 단장 역시 사퇴 이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회 1년을 앞두고 갑자기 대표팀을 맡아 실패의 장본인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홍 감독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관행을 러시아월드컵까지 이어갈 생각인가. 현 시점에서 두고보면 신 감독 역시 홍 감독과 똑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말과 말로 이뤄진 소모전은 의미가 없다. 움직여야 한다. 안 된다고 미리 규정하기보다는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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