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SW시선] 이준기의 고난은 모두 블랙리스트탓인가?

입력 : 2017-09-14 11:00:00 수정 : 2017-09-14 11:05:16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이준기가 국정원이 만든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선 그의 연예계 활동이 재조명 되고 있다.

지난 11일 국정원 개혁위원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에 비판적 견해를 보인 연예인들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문성근, 명계남, 김미화, 김제동, 김구라,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이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더불어 배우 이준기, 문소리, 유준상, 권해효, 김가연, 방송인 박미선, 황현희, 가수 양희은 이하늘 이수 등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한류스타 이준기다. 이준기가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팬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두고 쌓아왔던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2005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2007년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에 출연했다. 특별 출연이었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이어 SBS 드라마 ‘일지매’(2008)의 주연을 맡았다. 이 드라마에서는 ‘촛불집회’를 연상케 하는 시위 장면이 연출됐었다. 당시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 촛불집회가 이뤄지고 있던 시기였기에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기행진을 이어가던 지난 2008년. 그는 광우병 사태 당시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국민을 섬기기는 싫은거지?’라는 제목으로 촛불 집회 참가자에 대한 강경 진압에 일침을 남겼다. “강경진압, 강제연행 등은 역사 속에 익숙한 단어들이다. 큰 선거 때나 국민을 섬기네 마네 웃기지도 않는 거짓말로 눈시울 붉히기나 하지 도대체 뭐 하나 똑바로 하는 게 있나”라며 “정신 좀 차리라”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그리고 2009년 MBC ‘히어로’에서 삼류신문 기자이자 거대 신문과 권력층에 맞서 싸우는 진도혁 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작품 종영 이후 곧장 새로운 드라마와 영화의 출연을 확정지으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한류 스타’로 입지를 넓히고 있던 2010년 4월, 그는 입대 영장을 받게 된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연예인에게 2년의 공백은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심지어 출연을 확정한 드라마와 영화가 있었고, 국가를 대표해 ‘2010상하이 엑스포 홍보대사’까지 맡고 있던 터였다. 때문에 그는 입대 연기를 신청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입대 거부 통보가 전해졌고, 그 해 5월 3일, 논산훈련소로 현역 입대하게 된다.

이준기를 둘러싼 아리송한 일들은 군 입대 이후에도 벌어졌다. 자대배치를 받은 2010년 8월. 한국전쟁 60주년 기념 사업회에서 추진하는 뮤지컬 ‘생명의 항해’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 당시 팬들의 불만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단 기간 내에 준비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시 소속사에 따르면 군 입대 전부터 해당 뮤지컬의 캐스팅 제의가 있어왔으나 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입대 두 달여 만에 주인공으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에 팬들은 ‘생명의 항해’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며 서명 운동과 팩스 시위 등을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을 연 이준기 주연의 뮤지컬은 공연 첫 날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이준기가 머리에 붕대를 감고 나타난 것. 공연을 마친 후 “뮤지컬 최종 리허설 중 동선 파악을 잘못해 철골 구조물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마 50바늘을 꿰맸지만 본인 의사로 2시간 수술 직후 당일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는 입장이 전해졌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군의관과 운전병, 119 구급차를 대기 시킨 상태에서 공연을 올렸다는 국방부의 설명은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렇듯 큰 부상에도 이준기는 사고 다음 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바로 복귀했다.

이후에도 그는 홍보 지원대 소속 군인의 임무를 다했다. 2012년 2월 제대한 그는 “군대생활을 즐기면서 보람 있게 했고 최선을 다했다”며 “군대 가서도 가치를 많이 느껴 그런 것들을 보여주려 했다. 군생활 하면서 마음의 상처도 있었는데 이를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이준기가 군 복무 시절 힘든 일을 겪기는 했지만 그가 블랙리스트 때문에 작품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는 정황은 없다. 오히려 제대 후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도 tvn 수목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 출연 중이다. 이준기는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는 괜찮아요. 모두 고맙고, 걱정하지 말아요. 여러분이 보내준 위로에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라는 글을 남기며 오히려 팬들을 위로했다. 팬들도 ‘이게 다 블랙리스트 때문이야’라고 울분을 토하기 보다는 이준기의 앞으로의 활동을 응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jgy9322@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