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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스토리] 상실의 시대, SK가 '베테랑'을 떠나보내는 방법

입력 : 2017-09-11 08:58:18 수정 : 2017-09-11 09: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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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인천 정세영 기자] 지난 9일 SK-넥센전이 끝난 인천 SK행복드림구장. 

SK가 외야수 박재상(35)을 위한 특별한 은퇴식을 열었다. 이날, 10년 전 SK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선수단을 각자 포지션에 세워 놓은 박재상은 자신의 별명인 ‘아트스윙’을 마지막으로 선보여 많은 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사실 박재상은 특급 스타는 아니다. 데뷔 후 17시즌을 뛰면서 단 한 번도 3할 시즌을 보낸 적이 없고, 프로 통산 성적도 1087경기에서 타율 0.262 65홈런 394타점 459득점으로 평범했다. 그간 은퇴식을 치른 선수들에 비해 분명 부족한 성적이다. 그런데도 SK는 박재상을 위해 은퇴식을 개최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SK가 밝힌 표면적 이유는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다. 박재상은 2001년 데뷔해 SK 유니폼만 입은 ‘원클럽 맨’이다. 화려한 개인 기록은 남지진 못했지만 2000년대 후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SK 관계자는 “은퇴식을 거행하면서 외부적으로 보이는 기록이나 업적 같은 부분도 중요하다. 하지만 선수가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그와 관련된 성과를 낸 부분도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짜 속사정은 따로 있다. 지역과 팀에 대한 애정도인 ‘로열티(loyalty)’다. SK는 몇 해전부터 로열티를 강조하고 있다. 로열티가 강한 선수들이 많을수록 경기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SK는 그간 팀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선수들에게 확실한 대우를 했다. 최근 FA 계약에서 박정권, 조동화 등은 시장 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팀에 잔류했다. 

SK가 ‘평범했던’ 박재상에게 성대한 은퇴식을 제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SK는 박재상의 로열티와 희생 정신에 주목했다. SK 관계자는 “야구는 팀 스포츠이자, 희생이라는 부분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스포츠이다. 보이지 않는 노력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지금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는 2000년대 왕조 시대를 함께 연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대부분 30대 후반의 나이다. SK는 앞으로도 팀 로열티를 보이는 선수에게도 확실한 예우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몸값’으로 가치가 정해지고 성적을 위해 선수들을 상품처럼 사고파는 프로 세계에서 구단과 선수의 일체감을 유도하는 시도는 드물었다. 그래서 박재상의 은퇴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SK와이번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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