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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37. 좋은 꽃과 열매를 얻으려면

입력 : 2017-09-05 19:10:21 수정 : 2017-09-05 1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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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각 부처 장차관들의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 가운데 자질이 부족하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자는 자진사퇴했다. 어느 후보자는 과거의 잘못은 모르고 한 실수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능력으로만 판단해 달라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모처럼 온 출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 길가에 핀 꽃을 보셨습니까?” 내가 이렇게 물으면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돈 문제, 가정 문제 등 눈앞에 닥친 난제를 해결해야하는데 길에 핀 꽃 볼 시간이 어디 있냐며 원망 섞인 눈으로 쳐다본다. 다소 엉뚱한 질문이니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시인은 벚꽃 아래서 인생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살아있는 동안은 언제나 청춘이라고 말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함부로 끝이란 말은 하지 마십시오. 진정 할 일을 마쳤을 때가 끝입니다.”

온실이 아닌 들꽃처럼 고난을 겪어야 꽃의 생명력이 길다. 화려한 명성만 쫓아 쉽게 꽃을 피우다 열매 없는 나무로 전락해버리는 사람들을 자주 보아왔기에 당장은 쓰러질 듯 고통스럽지만 고통을 그대로 감내한다면 훗날 좋은 열매를 맺으리라 믿고 말한 것이다. 할 일을 다 하고 마무리를 잘 했을 때 좋은 꽃과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괴로운 과정을 생략한 채 성공한 사람은 꽃은 좋을지 몰라도 열매까지 좋을 수 없는 법이다.

몇 년 전 정부 고위직을 지낸 형제가 구명시식을 청했다. 그들이 금융계 고위간부와 장관을 지냈기에 부친 역시 대단한 분인 줄 알았다. 그런데 형제는 “저희 아버지는 별 볼 일 없는 분입니다. 평생 시골 농업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했던 분이라 출세에 한이 많았을 것입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초혼해보니 부친은 형제가 말하는 ‘별 볼 일 없는 분’이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에 농림학교를 졸업한 수재로 다른 친구들은 정재계와 관직으로 진출했지만, 그는 일본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았고 농업발전을 위에 과감히 농업학교 교사가 되었다. 출세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농민을 위해 글을 가르치고 새로운 작물 재배법을 가르치느라 청춘을 보냈다. 무엇이 애국인지를 진정 아는 분이었던 것이다.

부친영가는 형제를 보자마자 혀를 끌끌 찼다. “이놈들아, 관직이라는 것은 화려한 꽃에 불과하다. 나는 비록 시골 선생으로 살았지만 나름대로 꽃도 피웠고 열매도 맺었다. 너희들은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열매 없는 꽃이 아니더냐? 일생 눈요기로 끝날 꽃에 집착하지 말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열매가 되라.”

부친의 준엄한 꾸지람에 형제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동안 출세 지향적으로 살아온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배려하기보다는 귀찮게 생각하고 출세에 도움이 될 만한 정재계 인사만 만나며 살았던 지난날이 부끄러웠다. 부친은 모두 알고 계셨던 것이었다.

조선 중기 문신 이재(李縡)가 문과에 급제를 했을 때 그의 어머니가 이런 말을 했다. “높은 사람이 되기는 쉬워도 좋은 사람은 되기는 어렵다(爲貴人易 爲好人難)!” 순조로운 출세로 인해 자칫 아들이 땅은 보지 않고 하늘만 쳐다볼까 걱정을 한 것이다. 어머니는 아들이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라며 충고를 한 것이다. 부친영가 역시 고위직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기보다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형제는 고개를 숙였다. 그날 이후 그들은 선친의 가르침에 따라 베풀며 살고 있다는 후문을 들었다. 지금까지 부친이 어떤 삶을 사셨는지 알지 못함에 부끄러웠고, 뒤늦게 훌륭한 삶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 것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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