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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의 연예It수다] '브이아이피'가 여혐 영화라고?

입력 : 2017-08-28 13:11:09 수정 : 2017-08-28 15: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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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영화는 사회를 반영한다.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누구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말할 수 있고, 또 그래야하는 매체다.

그런데 소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가 포털사이트 평점 테러에 울상이 된 영화가 있다. 영화 ‘브이아이피’(V.I.P)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란 탄탄한 배우진에 ‘신세계’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개봉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브이아이피’는 지난 주말동안 45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굳혔다. 예매율 역시 1위다. 관계자들과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도 나쁘지 않다. 때문에 평점 테러의 이유가 더 궁금한 상황.

문제가 된 장면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장면이다. 혹평을 남긴 네티즌들은 “여자는 남자캐릭터를 위한 성적 폭력의 대상이며, 그저 남자캐릭터의 잔혹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사진으로 등장한 여성 희생자까지 모두 9명이나 되는데 역할명이 ‘여성 시체’ ‘홍콩 피해자’로만 표기된 부분도 언급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크레딧에는 여성 시체 대신 여자, 피해자 대신 대학생으로 표기됐다.

그러나 ‘브이아이피’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소재로 사용했기에 여성 혐오, 일명 ‘여혐 영화’로 분류되는 것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벌어진 여성 타겟 범죄는 개인이 아닌 사회 문제로 대두될 만큼 심각한 수준. 데이트 폭력, 몰카 범죄, 살인까지 이어지는 젠더(성) 폭력은 슬픔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브이아이피’는 이같은 사회의 분노와 문제의식을 VIP 김광일(이종석)과 그에게 복수하려는 보안성 요원 리대범(박희순)에 녹였다.

영화 초반 여성 희생자가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관객은 김광일의 순한 얼굴 뒤 내재된 악마성을 본다. 희생자의 얼굴을 스크린에 비춘 것은 연출적 판단이다. 희생자의 눈에 투영된 김광일 무리의 악마같은 모습은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기생하는, 삐뚤어진 젠더 의식을 가진 이들이다. 

영화는 이러한 여성의 피해에 아파하고 분개한다. 이를 표현한 인물이 리대범. 그는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희생자, 함께 몰살된 가족을 보고 함께 고통을 느낀다. 김광일을 잡으려다 좌천된 그는 여성 희생자와 살해당한 자신의 동료들의 복수를 위해 사냥개처럼 김광일을 쫓는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김광일, 박재혁(장동건), 채이도(김명민)가 끌고 가지만 제작진은 리대범의 시선을 극 초반 중요하게 다뤘다.

여기서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사실 해당 소재는 영화 제작 단계부터 고민거리였다. 여성 관객들이 불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나온 이야기다. 영화를 만드는 ‘선수’들이 이를 모를리 없다. 투자배급사 워너브라더스코리아와 박 감독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고심 끝에 판단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맡기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워너브라더스 미국 본사에서는 ‘브이아이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젠더와 영화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이미 자리잡은 상태이기 때문. ‘브이아이피’보다 더 센 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 쏟아져나오는 이유다.

최근의 논란은 대중문화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꼭 거쳐야 할 성장통으로 보인다. 영화인들은 불안, 불쾌, 불편을 느끼는 관객을 위해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생각해야한다. 관객과 네티즌은 콘텐츠의 의도와 맥락을 읽지 않은 테러로 창작자의 창작 의욕을 꺾고 영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도록 더욱 이성적으로 접근해야할 때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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