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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34. 거짓말의 연속성

입력 : 2017-08-27 19:25:33 수정 : 2017-08-27 19: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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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생을 거듭하지만 자신이 지은 업 때문에 반복된 인생을 산다. 그래서 좀 더 나은 생을 위해 선업을 쌓으려하지만 뒤늦은 후회만이 남는 경우가 많다. 오래 전 반복된 우를 범해 순탄치 못한 생을 사는 여인이 찾아온 적이 있다. 그녀는 빼어난 미인이었지만 웬일인지 한쪽 다리를 절면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저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큰 죄를 말입니다”라고 했다. 여인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무슨 큰 죄를 지셨습니까?”라고 묻자, 그 누구한테도 말한 적이 없는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여인은 20대 초, 일본으로 건너가 아카사카의 유흥업소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워낙에 미인인지라 그녀에 대한 입소문은 야쿠자에게까지 퍼졌다. 처음에는 야쿠자와의 접촉을 최대한 꺼렸지만 경제적인 도움 때문에 당시 야쿠자의 중간 보스격이었던 남자를 스폰서로 삼게 되었다. 돈 때문에 만났을 뿐 사랑하진 않았다고.

차츰 야쿠자 여인의 생활이 지겨워질 때쯤 우연히 같은 술집의 동료들과 놀러간 호스트바에서 잘 생긴 한국남자를 발견했다 한다. 꽃미남 스타일에 자신과 처지도 비슷하고 말도 잘 통했다. 그때부터 그녀는 야쿠자 스폰서와 호스트바 남자를 둘 다 사귀는 이중 사랑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못가 야쿠자의 감시망에 걸리고 말았다. 야쿠자 스폰서는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낌새를 채고 말없이 그녀를 감시하다, 두 사람이 호텔 방에 있을 때 현장을 잡았다.

야쿠자는 물었다. “너 이 남자를 알아?” 그러자 여인은 질겁하며 말했다. “몰라요. 우연히 술 마시다가 같은 호텔 방으로 오게 된 거에요.” “사실대로 말해. 너 이 남자와 어떤 사이야?” “정말 몰라요. 오늘 처음 본 남자에요. 용서해 주세요!” 이번에는 남자에게 물었다. “이 여자 알아?” 남자는 한동안 여자를 멍하게 쳐다봤다. 여자는 남자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떨궜다. 이를 본 남자는 말했다. “모릅니다.”

두 사람은 야쿠자 부하들에게 끌려 가 며칠 동안 감금당하며 구타를 당했다. 여인은 오른쪽 무릎 뼈가 부서져 다시는 정상인처럼 걷지 못하게 되었고,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여인 앞에 나타난 야쿠자 스폰서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만약 니가 그 남자를 진짜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그때 너를 깨끗이 돌려보내주려 했다. 그런데 어떻게 두 사람 다 서로를 모른다고 말할 수 있지? 불쌍한 것들….” 야쿠자 스폰서는 그 말과 함께 그들을 풀어주었다.

무릎뼈가 부서진 여자와는 달리 호스트바 남자는 거의 불구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와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여인은 바로 그 남자를 위한 구명시식을 올려달라며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영시를 통해 밝혀진 그녀의 전생이었다. 여인은 전생에도 기생이었다. 어느 날 자신을 후원해주는 양반이 그녀의 집 대문으로 들어서는데, 어떤 남자가 담을 넘어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양반은 그녀에게 물었다. 그 남자가 누구냐고. 그러자 여인은 서슴없이 은장도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양반은 쓴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섰다고 한다.

“기생이 나만 사랑하라는 법은 없다. 무서운 것은 거짓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해하는 너의 성정이다. 다시는 너와 만나지 않겠다.” 바로 그 기생이 현생의 이 여인이었던 것. 여인은 전생에 자신이 저지른 우를 반복하고 말았던 것이다.

전생과 현생 모두 ‘모른다’고 말했던 그녀는 진솔한 사랑을 했다고 할 수 없다. “영가로 그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거짓이었다고. 정말 그를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만 이미 지나간 일인 걸 어찌 하겠는가. 다음 생에는 당당하고 진솔한 사랑을 해서 행복한 삶을 살기 바랄 뿐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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